HOME > 인권·복지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방불특위’ 최영기 위원장, “독립PD 문제점을 진단하다”
“이제 누군가 죽어야 바뀌는 대한민국은 시민들의 힘으로 종식시켜야합니다”
 
손주영, 장현은, 한준석 대학생 기자 기사입력  2017/11/09 [10:29]


▲ 지난 2017년 7월 15일(한국시간), <EBS 다큐프라임 - 야수의 방주> 제작을 위해 열악한 상황 속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촬영 중이던 박환성 독립PD, 김광일 독립PD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방불특위)     

[한국NGO신문]손주영, 장현은, 한준석 대학생 기자=우리가 방송에서 접하는 방송콘텐츠의 절반 이상은 방송국이 아닌 다른 곳, 흔히 이야기하는 외주를 통해 만들어진다. 이들을 방송계에서는 외주제작, 외주PD, 외주제작사라는 용어로 부른다. 외주제작 편성 비율은 방송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평균 50%를 상회하고 있어, 현재 외주 시스템은 우리나라 방송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보다 앞선 방송선진국에서는 외주라는 말 대신 독립제작, 독립PD, 독립제작사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외주와 독립, 동일선상에 놓일 수 없는 두 단어는 같은 분야를, 하지만 상반된 생태계를 대변한다.
 
외주와 독립의 차이는 그 주체에 있다. 외주는 그 주체를 방송사가 가지고 있다. 방송사는 외주업체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 방송사의 횡포는 그 끝을 모른 채 늘어가고 있다. 그에 반해, 독립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힘은 어떠한가. ‘방송 외주제작 생태계’의 파괴는 이 사소한 단어의 차이로부터 시작된다.
 
비단 방송계뿐만이 아니다. 외주의 단어를 달고 시작하는 모든 이들은 본능적으로 알게 된다. 외주라는 단어에서 기인하는 착취와 억압, 불합리함과 부조리, 그리고 인간 존엄성의 말살을 말이다.
 
1991년 도입된 외주 정책의 근본 취지는 ‘방송콘텐츠의 다양화, 시청자 서비스 확충’이었다. 일정부분 그 취지를 이뤘다고 볼 수 있으나, 방송사와 외주제작사간의 원청과 하청의 관계에 있어서 문제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심심치 않게 접하는 외주업체의 비극들, 그리고 외주의 꼬리표를 단 삶들을 위해서라도 ‘방송 외주제작 생태계’는 건강해져야만 한다.
 
이를 위해 (사)한국독립PD협회는 지금까지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그리고 얼마 전(남아프리카 현지 시각 7월 14일) 故 박환성, 김광일 독립PD의 사망은 ‘방송사 불공정 행위 청산과 제도 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이하 ‘방불특위’)를 출범시키게 했다.
 
▲ ‘고(故) 박환성 독립PD, 김광일 독립PD 영정(방불특위)     

‘방불특위’ 최영기 위원장과의 인터뷰

Q. 위원장님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1987년 과거 ‘시네텔서울’이라는 프로덕션에서 제작했던, ‘MBC 베스트셀러극장’이라는 단막 드라마 조연출로 방송계에 들어 왔습니다. 그 이후 오늘 까지 약 30년 동안 독립PD를 천직으로 살고 있습니다. 2006년 한국독립PD협회 창립위원장을 맡았고, 협회 창립 이후 2008년~2009년 한국독립PD협회 2대 회장을 역임했습니다.
 
Q. ‘방송사 불공정 행위 청산과 제도 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이하 ‘방불특위’)가 만들어지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방불특위’는 故 박환성, 김광일 독립PD의 사망이 직접적인 계기가 되어 발족한 (사)한국독립PD협회의 특별위원회입니다. 故 박환성PD는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출국(7월 8일) 전에 EBS의 불공정함을 세상에 알리고, EBS와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사)한국독립PD협회는 박환성PD의 외로운 투쟁이 혼자만의 싸움이 될 수 없기에 박환성PD가 출국하기 직전에 특별위원회를 1차 조직 했었고, 준비 중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특별위원회가 제대로 활동에 들어가기도 전에 비극이 일어났습니다. 이에 두 고인의 유해를 고국으로 모셔 와서 온전한 장례를 치루는 것이 급선무였기에 이 사안에 최선을 다한 후, 장례를 마쳤습니다. 그 이후 특별위원회 명칭을 ‘방송사 불공정 행위 청산과 제도 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약칭 : ‘방불특위’)라 정하고, 공식적으로 지난 8월 3일 발족해서 현재 까지 활동하고 있습니다.
 
Q. 故 박환성, 김광일 독립PD의 안타까운 사망 사고가 방불특위의 직접적 계기가 됐다고 하셨는데, 관련해 더 자세히 설명 부탁드려도 될까요?
지난 2017년 7월 15일(한국시간), <EBS 다큐프라임 - 야수의 방주> 제작을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촬영 중이던 박환성 독립PD, 김광일 독립PD가 교통사고로 처참하게 숨을 거두었습니다. 고 박환성 독립PD는 2017년 7월 8일 출국 전 까지도 자신이 제작하고 있는 <야수의 방주> 제작을 위한 국자지원금 일부를 EBS가 간접비 명목으로 부당하게 취득하려 한다면서 불공정한 행위로 규정하고 강하게 대응하고 있었습니다. (사)한국독립피디협회는 두 분의 장례를 온전히 마친 후 방불특위를 발족하고 활동에 나섰습니다. ‘방불특위’ 위원장인 저는 이 두 PD의 죽음은 사고사가 아닌 ‘사회적 타살’이라고 규정하면서, 이 죽음의 원인을 단지 ‘갑’‘을’관계 하에 놓인 불공정 행위에서만 보아서는 안 되고, 단지 EBS의 문제로 일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현재 일그러져 있는 ‘방송 외주제작 생태계’를 완전 정상화하지 않으면 또 다른 죽음이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방불특위의 목표를 말씀해 주신다면?
우리는 ‘고(故) 박환성 독립PD, 김광일 독립PD가 남기고 간 과제가 무엇인가’를 고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드라마 <혼술남녀> 조연출 이한빛 PD의 죽음에 대한 애통함이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맞이한 방송 노동자의 죽음을 통해서 곪아 터진 방송 산업계의 민낯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방송 외주제작 생태계는 파괴를 지나 돌연변이 생태계로 변모했음을 알았습니다. 이에 우리는 ‘방송 외주제작 생태계’ 정상화를 이루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1991년 도입된 외주 정책의 근본 취지는 ‘방송콘텐츠의 다양화, 시청자 서비스 확충’이었습니다. 일정부분 그 취지를 이뤘다고 볼 수 있으나, 방송사와 독립PD(외주제작사)간의 원청과 하청의 관계에 있어서 문제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현재 외주제작 편성 비율은 각 방송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평균 50%를 상회하고 있습니다. 절반이 넘는 방송콘텐츠가 외주 편성 되고 있는 작금의 상태에서 ‘방송 외주제작 생태계’는 반드시 건강해져야 합니다. 이것은 좋은 시청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국민의 권리와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Q. 구체적으로 故 박환성, 김광일PD 사망 사건에서 드러난 독립PD계의 문제점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고 이한빛 PD와 고 박환성, 김광일PD의 죽음은 그동안 대한민국 방송 외주제작생태계가 얼마만큼 왜곡되고 병들어 왔는가를 보여준 하나의 사건입니다. 비현실적인 외주 제작비와 원청-하청 이라는 위계적인 ‘갑’ ‘을’ 관계가 낳은 비극입니다. 이제까지 모든 권리는 방송사가 독식하고, 책임과 의무는 외주제작사, 독립PD들에게 전가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환경 안에서 독립PD들의 노동권은 침해 되었으며, 인간의 존엄성은 말살되었습니다.
더더욱 한탄스러운 현실은 사건이후에 보여준 방송사들의 태도입니다. 그들은 문제의식조차 가지고 있지 못해 보입니다. 각 사건은 법과 제도의 미비점과 구조적 결함과 모순이 비극적으로 점철되어 나타난 하나의 비극이라 생각하기 보다는 단지 우발적이며 안전 불감증으로 인해 벌어진 사고쯤으로 치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작금의 상황은 정확하게 우리 앞에 주어진 문제가 무엇인지조차 직시 하지 못하는 현실인식입니다. 달을 쳐다보라고 손가락을 치켜들면 달은 보지 못하고 손끝만 쳐다보고 있는 형국이고, 콩나물에 물을 주면 자라는 콩나물은 외면한 채 새는 물만 보고 문제라 말하는 꼴입니다. 문제인식과 진단, 처방과 대처가 여전히 힘 있는 자의 입김에 쏠려 있음이 개탄스럽습니다.
얼마 전 MBC '리얼 스토리’ 제작 현장의 ‘갑질’ 만행이 세상에 폭로되었습니다. 담당CP가 독립PD와 작가들에게 쏟아 부은 막말은 범죄행위에 가까운 실상임에도 불구하고, MBC가 ‘모르쇠’로 나오고 있는 것을 보면, 그 얼마나 방송사 내부가 얼마나 썩어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존의 수없이 많은 연구와 현장의 목소리에서 공통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한 ‘적정 표준제작비 산정과 집행’, ‘저작권 및 수익 배분’, ‘독립(외주)인정기준 등에 관한 논의 협의체 참여’ 등이 선언적 수사의 외침으로만 끝나는 소모적 논쟁을 언제까지 거듭할 것인가?
기울어진 운동장에 공정한 룰이 적용될 리 만무합니다. 작금의 문제는 방송사와 외주제작사 당사자 간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뒷짐을 지고 있는 정부의 태도와 안일한 인식을 끝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불공정하며 야만적인 생태계를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방식의 해결책이 필요합니다. 정부는 적극적인 정책과 제도를 마련해야 하며, 더 나아가서는 특별법 제정으로 이어지는 단계별 관리 등의 적극적 개입이 요청됩니다.
 
Q. 정부가 이런 문제에 어떤 방식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21세기 4차 산업 혁명 시대가 도래 했습니다. 방송 산업의 행태도 과거와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방송 외주정책은 20여 년 전의 그 모습에서 발전된 모습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오히려 그 갈 길을 잃고 있는 형국입니다. 정부는 이제 국제 표준을 기준으로 외주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합니다. 그리고 방송 외주제작 노동자들의 인간 존엄성과 노동권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정책도 물거품일 뿐입니다.
방송은 한 나라 문화의 바로미터이자 국격을 이루는 근간이기도 합니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고용노동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유관 부처가 함께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합니다. 나아가 부처 간의 업무를 조율하면서, 효율적인 정책과 제도 개선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국무총리실 산하의 특별위원회 조성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Q. 인터뷰를 통해 시민들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부분이나, 강조해 말씀하시고 싶으신 것이 있다면?
더 이상 머뭇거리거나 해결 방안의 모색이 어느 한쪽의 이익을 대변하려 한다면 앞서 일어난 비극의 마침표는 요원할 것이고, 콘텐츠 산업의 미래 역시 안개 속을 유영하게 될 것입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입니다. 정부와 방송사, 독립PD, 시민사회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고, 나아가 독립제작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강력하게 요청하는 바입니다.
‘방송 외주제작 생태계 정상화’는 시청자의 권리. 즉, 시민의 권리를 찾는 일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바르게 보고, 귀를 열어 약자들의 호소를 경청하며, 나아가 올 곧은 발언을 서슴지 말아야 합니다. 결국 마지막 방점은 시민들의 몫입니다. 지난겨울, 시민들이 손에 들었던 촛불의 힘을 통해서 최순실 국정농단의 막이 내렸고, 새로운 시대를 열었습니다.
적폐청산을 위한 마지막 역할은 시민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시민사회에서는 아픔이 너무 빨리 잊히고 있습니다. 아픔을 너무 빨리 잊기 때문에 큰 기쁨의 행복감이 반감되고 있는지 모릅니다. 이제 누군가 죽어야 바뀌는 대한민국은 시민들의 힘으로 종식시켜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픔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요즘 공감
기사입력: 2017/11/09 [10:29]  최종편집: ⓒ wngo
저작권자(c)한국엔지오신문.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방불특위,최영기,외주제작 관련기사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