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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9회] 마라토너 강명구, 61세에 유라시아 16,000km 달리는 이유
산꼭대기에서 눈 폭풍에 갇히다.
 
강명구 기사입력  2017/07/12 [06:49]

 싸구려 모텔을 찾아다니기는 하지만 미국에서 침대 밑으로 생쥐가 돌아다니는 모텔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우려다 생쥐를 발견하고 기겁을 했지만 이 지친 몸을 이끌고 다른 모텔을 찾아 나설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피곤한 몸으로 곤한 잠에 빠져드는데 뭐가 스멀스멀 자꾸 문다. 쥐벼룩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며 긁적긁적 긁으면서도 몸의 피곤함을 어쩔 수 없어서 그대로 잠에 빠져든다.

 아침에 트윈 애로(Twin Arrow)라는 인디언 보호구역에 있는 카지노를 향해 나서려고 모든 준비를 하고 일기예보를 보니 내일 눈 폭풍이 오는 것으로 돼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사막 한가운데 카지노 밖에 없는 곳에서 눈 폭풍에 갇히는 것보다는 마켓도 많고 음식점이 있고 무엇보다도 숙박비가 저렴한 이곳에 머무르는 것이 옳겠다 싶어서 다시 짐을 풀었다. 불과 며칠 전 사막에서 만난 아침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 록키산맥의 산 꼭대기에 있는 도시, 플래그스태프를 지날 때, 고등학교 크로스컨트리 육상팀의 코치가 학생들과  지나 가다가 차에서 내려 나에게 "대단한 영웅"이라며 같이 사진을 찍었다.     © 강명구

 아침은 어제 장을 봐온 간단한 음식을 먹고 그 자리에서 다시 누웠다. 비록 침대 밑에는 생쥐가 살고 있어도 어쩔 수 없었다. 물것에 물려서 가렵기는 하지만 그렇게 못 견딜 만큼은 아니다. 주인한테 말해야 해결될 것 같지도 않았다. 생쥐와 며칠 밤 같이 자는 것도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특별한 추억이 될 것 같았다. 한잠 푹 자고 나니 2시가 넘었다 부스스한 얼굴로 점심을 먹을 곳을 찾아 나섰다.

▲  사막을 달리다가 만난 눈 폭풍   © 강명구

 하룻밤을 더 자고 아침에 일어나니 함박눈이 펑펑 쏟아진다. 일기예보를 다시 보니 내일 새벽 2시까지 눈이 내린다. 모레는 눈이 그치지만 날씨가 엄청 추워서 빙판이 되면 브레이크도 없는 손수레를 끌고 미끄러운 내리막길을 내려갈 수는 없어서 노심초사하였다. 잘못하다가는 여기서 일주일 이상 발이 묶일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몰려온다. 하루 이틀은 몰라도 일주일씩이나 한자리에서 쉬어갈 형편은 아니었다. 마음이 불안해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순응하고 적응하고 극복하는 일 밖에는 없다.

▲  트윈에로우(Twin Arrow)라는 카지노 호텔에 들어가 휴식을 취하는데, 호텔 지배인이 "우리 호텔에 VIP가 오셨다"며 방송을 하고 싸인공세를 펴며 기념 촬영까지 했다.     © 강명구

 딱 울고 싶을 때 날씨가 뺨을 한 대 때려준 격이 되었다. 사막을 건너오느라 피로도 누적되었고 영양상태도 별로 좋지 않았는데 여기서 하루 이틀 푹 쉬면서 누적된 피로도 풀고 영양도 보충하면 될 일이었다. 괜히 날씨 탓하며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에 신경을 쓰느니 대자연의 정령이 나의 피로를 풀어주기 위해서 멋진 선물을 주었다고 생각하니 감사하기까지 하다.

 나 같이 모험가나 탐험가로 훈련되어지지 않은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그것도 50이 넘어서 시작한 마라톤을 살짝 즐기다가 미 대륙횡단 마라톤을 아무 조력자의 도움 없이 단독으로 횡단한다고 선언했을 때 주위 사람들의 놀라움이 왜 그렇게 컸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보자는 결연한 의지와는 달리 대자연의 어쩔 수 없는 힘 앞에 홀로 선 인간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를 절실하게 느낀다. 대자연의 정령들이 모두 힘을 합쳐 도와주지 않는 한 나의 이번 모험은 어린아이의 장난 같이 허무하게 되어버릴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이제 모하비 사막을 힘들게 지나고 로키 산맥 꼭대기에 올라왔다고 한시름 놓는 순간 대자연은 바로 내게 뭔가를 제대로 보여주고 말았다.


 약 3000km를 70일 정도 달리면 터키에 도달하게 된다.  터키는 영토가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있다. 비록 전 국토의 97%가 서아시아의 아나톨리아 반도에 있고 3%가 유럽에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터키가 유럽인지 아시아인지 궁금해 한다. 사람들은 유럽 쪽 땅을 트라키아라 부르고 아시아 쪽 땅을 아나톨리아로 부른다. 터키 땅에는 8,500년 전 신석기 시대부터 사람들이 살았다고 한다. 4,000년 전에는 인류 최초로 철기를 사용했던 히타이트 문명이 앙카라 일대에서 일어났다. 이후 그리스 로마인들이 이주해와 에게해 연안을 중심으로 도시를 만들고 번영했다. 로마 제국이 동서로 분열되었을 때는 동로마 제국이 이곳에서 1,000년을 영화를 누렸다.

 튀르크 민족이 언제 어떻게 이 땅의 주인이 되었는지, 어떻게 오스만 제국이 지난 600년 간 얼마나 광대한 제국을 다스렸는지. 그리고 우리는 왜 우리와 서로 ‘형제의 나라’라 부르며 친근감을 표시하는지 이 땅을 밟아가면서 음미하고 고찰하는 것도 뜻 깊은 일이겠다. 

 이스탄불에 있는 위스퀴다르(Uskudar)는 아시아의 땅 끝 마을이다. 여기서 보스포러스 해협을 건너면 유럽 땅이다. 이 해협은 아시아와 유럽을 끊어놓지만 지중해와 흑해를 이어놓는다. 이곳은 유능한 역사학자들도 정확한 답을 내놓지 못할 오랜 옛날부터 20 세기 초에 이르기까지 중앙아시아로 다니는 대상들의 집결지였다. 그 낙타가 다니던 길은 지금은 고속도로가 되어있었다.

 소아시는 아시아 대륙 서쪽 끝, 흑해, 마르마라 해, 에게 해, 지중해 등에 둘러싸인 반도. 터키 영토의 97%를 차지한다. 아나톨리아(Anatolia)라고도 한다. 아나톨리아의 어원은 그리스 어로 '태양이 떠오르는 곳', '동방의 땅'이라는 의미의 ‘아나톨레’이다.

 터키는 아시아와 유럽 사이에 걸쳐있는 독특한 지리적 여건을 토대로 1만 년 이상의 오랜 역사 동안 커다란 족적을 남긴 ‘인류 역사의 요람’이다. 터키에서는 13게 이상의 중요한 문명과 종교의 흔적이 발견되었고 수많은 고대 유적지가 남아있다.

 하루하루를 내 스스로 지배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만으로도 행복하다. 나의 발걸음이 새로운 세상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간다는 생각은 고통을 잊기에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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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7/12 [06:49]  최종편집: ⓒ w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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