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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시마을]남금희, 노부부
 
남금희 기사입력  2017/04/21 [11:01]

  
 노부부
     남금희(1956~ )

국거리 장만하려고 선반을 뒤진다
말라빠진 명태
자근자근 두들기며
눈 흘기러나 궁시렁거리는 동안
부드러워지는 명태
주례라도 설 나이
얼었다 풀렸다 하면서
세월도 벌써 익었다


안재찬 시인의 시 해설/ 명태는 대구과의 바닷물고기이다. 한류성 어종으로 맛이 담백하여 술취한 사람들에게 들어맞는 국거리로 환영을 받는다. 우리나라 동해안에 분포하고 수산자원의 하나이다. 시인은 고향이 대구이고 현재도 대구에서 살고 있는 향토시인이다. 대구과의 명태를 소재로 노부부의 삶의 단면을 표현한 어떻게 황혼녘을 붉게 불들이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명태는 매를 많이 맞아야 구수한 국물의 제맛을 낸다. 피로감을 몰아내는데 있어 콩나물국과 해장국과 더불어 명성을 날리는, 술꾼들의 필수식품이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고집이 완고하여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 자기가 하는 말은 다 옳고 남이 하는 말은 수긍을 하지 않는 위험한 하산길을 외길로 간다.
근래 국정농단의 찬·반 탄핵사건에서 보았듯이 청년과 노년의 극명한 대립구도는 우리를 한없이 슬프게 한다. 집집마다 부모와 자식간 시국관의 차이로 불편이 도를 넘고 있다. 이성의 두뇌는 없고 감성의 두뇌만 작동하여 삶이 씁쓸해진다. 가난의 설움 때문에, 분단의 아픔 때문에 고착화된 정서가 이웃과 가족을 멀게 만든다.
“주례라도 설 나이 / 얼었다 풀렸다 하면서 / 세월도 벌써 익었다” 명태 한 마리 도마 위에 올려놓고 두들겨보자. 부드러운 것이 억센 것을 이긴다는 것. 이는 유연성의 미학이다. 네 한마디 말에서 옮음을 발견하고 내 부족한 지식을 깨우침으로 채우자. 나이 들어 좀더 부드럽게, 말랑말랑하게 세상을 살아가자는 시인의 외침이 살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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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4/21 [11:01]  최종편집: ⓒ w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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