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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대선/경실련 칼럼] <제19대 대선, 차기정부에 바란다.> 1. 경제 분야
 
박상인 기사입력  2017/04/17 [17:48]

[연재 예고]

본지는 19대 대선을 맞아 경제, 복지, 정치개혁, 부동산, 통일 등 5개 분야에 걸쳐 정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소속 전문가들의 칼럼을 5회에 걸쳐 연재한다.

경실련은 시민운동의 맹아기였던 28년 전인 1989년, 이 땅에 ‘경제정의’를 실현하고자 첫발을 내디뎠다. 경실련이 지향하는 ‘경제정의’는 부동산투기, 정경유착, 불로소득과 탈세를 공인하는 경제제도, 극심한 소득격차, 불공정한 노사관계, 농촌과 중소기업의 피폐 및 이 모든 것들의 결과인 부와 소득의 불공정한 분배, 그리고 재벌로의 경제력 집중, 경영 불투명성, 부패와 사치·향락, 환경파괴 등 우리사회에 범람하고 있는 경제적 불의를 척결하기 위한 제도적인 개혁을 통해 ‘경제적 公義’(Economic Public Justice)를 추구하는 것이다. [편집자 주]


[19대 대선/경실련 칼럼] 

<제19대 대선, 차기정부에 바란다.> 1. 경제 분야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

▲  박상인 교수   © 경실련 제공 

19대 대선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촛불 시민혁명으로 인해 조기 대선으로 치러지게 되었다. 따라서 새로이 선출되는 대통령과 정부는 적폐청산과 새로운 대한민국의 건설이라는 시대정신을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경제 분야에서 적폐청산과 새로운 대한민국의 건설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먼저, 경제 권력이 되어 버린 재벌과 정치권력의 유착을 단절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정경유착은 정부주도-재벌중심의 박정희 개발체제와 재벌에 의한 경제력 집중이라는 깊은 뿌리를 지니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경제적 적폐청산은 단지 인적청산이나 일부 인사의 사법처리로 완성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주도-재벌중심의 박정희 개발체제의 폐단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재벌의 경제력 집중 해소와 정부 역할의 재정립과 같은 제도혁신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한국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사회 양극화의 해소를 견인해야 한다. 결국 새로운 경제 질서를 만드는 근본적 개혁을 통해서 새로운 대한민국의 건설과 적폐청산이 동시에 실현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정부 주도-재벌 중심의 박정희 개발체제는 1960년대 이후 한국의 경제 발전을 이끌었다. 그러나 경제가 발전되어 ‘모방형 경제’에서 ‘혁신형 경제’로 이행해야 하는 현 시점에서 박정희 개발체제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제조업의 고부가가치화라는 산업의 진화를 단절시키고 사회 양극화만 심화시키는 역작용을 낳고 있다.

재벌의 과도한 수직계열화와 일감 몰아주기 관행은 도전 기업에게 혁신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지 않고, 재벌 대기업의 기술 탈취로 인해 하청 기업들은 가격경쟁과 단가 후려치기에 내몰리고 결국 혁신할 유인도 여력도 잃고 있다. 나아가 재벌은 세습을 위해 도전 기업의 싹을 자르고 진입장벽을 쌓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여전히 ‘스티브 잡스’를 발굴해 육성하겠다는 개도기식 정책에만 집착하고 있다.

누가, 무엇이 성공할지를 사전적으로 알 수 없는 혁신형 경제에서는 누군가가 스티브 잡스가 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약자의 재산권 보호, 공정한 경쟁, 사회 안전망을 확립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런 새로운 경제 질서를 나는 <사회통합적 시장경제>라고 부른다.

그런데 <사회통합적 시장경제>의 확립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벌개혁이 필요하다. 재벌개혁은 시장경제의 기본 질서를 확립하는 것이며 동시에 기술탈취-단가 후려치기-노동시장 양극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효성 있는 재벌 개혁을 위해서는 소유지배구조와 기업 거버넌스 개혁 방안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시행해야만 한다. 이런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개혁을 위해서 2012년과 2013년에 단행된 이스라엘의 기업 거버넌스 개혁과 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 개혁 입법을 참고해 볼만 하다.

새정부의 경제정책은 약자의 재산권 보호와 재벌 개혁을 위한 제도의 설계자 역할과 공정한 경쟁, 노동 3권을 보장하는 심판의 역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와 함께 정부가 주도해 스티브 잡스를 육성하려는 정책과 시장을 대체하는 간섭자 역할을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행위자로서 정부의 모든 역할이 없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복지와 사회안전망 구축에 행위자로서의 정부의 역할은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그러나 새로이 들어설 정부가 재벌개혁을 포기하고 박정희 체제를 연장하는 경제정책을 고수할 개연성이 여전히 높아 보인다. 대우조선 구조조정 문제, 가계부채, 급변하는 국제정세 등등 현안에 파묻혀 과거를 답습하기 쉬울 것이다.

새 정부가 새로운 경제 질서를 정립하지 못 한다면, 한국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하는 게 아니라 경제 위기와 양극화의 심화가 반복되는 제2의 중남미가 될 수 있다. 특히 재벌개혁의 성공 여부가 대한민국의 명운을 결정할 것이다.

1910년에 일어났던 멕시코 혁명이 결국 정치세력의 교체만 가져온 채 근본적인 경제개혁에는 미치지 못하자, 오히려 1930년대 이후로 멕시코 재벌은 철옹성만 쌓아갔고 멕시코의 경제는 침체되고 사회 양극화는 심화되었던 역사적 경험도 있다. 새 정부가 재벌 개혁 시늉만 한다면, 한국 경제와 사회의 마지막 희망의 불씨마저 꺼질 수 있다. 경제 위기관리와 제도 혁신을 동시에 추구해야만 성공한 대통령, 승리하는 국민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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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4/17 [17:48]  최종편집: ⓒ w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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