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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시마을] 채수영, 고백으로
 
채수영 기사입력  2017/04/03 [13:53]

  
고백으로
      채수영 (1941년~)
 

내 이제 살아온 날보다 훨씬 짧은
앞날의 헤아림이 줄지어 엮어지는
무엇을 해야 무게를 내려놓을까
살아 목마른 내 몫을 버리고
작은 등불을 하늘에 걸어놓고
어둠을 몰아내는 염원
떨리는 음성으로
내 이름 바칠 수가 있다면
고백의 자락에 매달린 바람이
실컷 울고 있습니다


 
이오장 시인의 시 해설/ 모든 사물에는 무게가 있다. 구름 한 자락도 무게가 있어 흩어지지 않고 흘러가며 고여 있는 물도 무게가 있어 제자리를 잡는다. 사람도 태어나는 순간부터 무게를 알게 되어 울음으로 이겨낸다. 그런데 이러한 무게는 어떻게 아는 것인가.
사물은 자신의 존재로부터 무게를 얻게 되지만 사람은 정신 즉 뇌의 움직임으로 무게를 알게 된다. 뇌의 움직임은 마음이다. 그 마음은 무게를 더해 갈수록 크기가 커지고 그만큼의 고뇌를 하게 된다. 사람의 일생은 살아가는 만큼 무게를 더해가다가 어느 순간에 이르면 모든 것을 내려놓게 되는데 그때는 이미 주어진 생을 마감할 때다. 처음의 무게는 활력이다. 그 활력은 점점 커지면서 끝이 없을 거라는 망상에 빠지고 무게를 잊어버린다. 극한의 상황에서나 미미하게 느끼지만 그것을 벗어나는 순간 이겼다는 성취감에 무게를 잊는다.
채수영 시인은 인생의 중간을 넘어 완숙의 길로 접어든 문단의 원로다.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이제 자신의 무게를 알았다. 이제는 살아온 날보다 살날이 훨씬 짧다. 이 길목에서 어떻게든 무게를 벗어내고 하늘에 자신만의 작은 등불을 걸어두고자 고민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과정이다. 이때는 누구든 자신을 모두 드러내놓아 걸어온 행로를 고백한다. 잘못 든 길이나 성공한 길이나 모두 같아 어떻게 하든 후회를 남기는 게 사람이다.
그러나 채수영 시인은 다르다. 어둠길을 걸어왔지만 그것을 몰아내는 염원으로 자신의 이름을 희생시킬 수만 있다면 고백의 순간에 찾아든 바람에게도 눈물을 보인다. 한 생애를 살아오며 마음속으로 짊어진 무거운 고백이 모두에게 공감을 주는 것은 인간의 삶이 어느 방향을 걸어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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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4/03 [13:53]  최종편집: ⓒ w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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