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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문학이라는 고독한 영혼의 행사에 기꺼이 들어서다
2017년도 제1회 한국NGO신문 신춘문예[시] 심사평
 
김석환·조명제 기사입력  2017/02/23 [18:08]

세상을 살 만한 곳으로 바꾸려는 모든 응모자에 격려를
김나비(김희숙)의 「오목한 기억」을 당선작으로 뽑아


심사위원 김석환·조명제= 한국NGO신문 제1회 신춘문예[시] 응모작은 1,000여 편에 이르렀다. 이 궁핍한 시대에 감동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가난한 시의 길을 택하여 헌신하는 예비 시인들의 열정적 시정신에서 사회적 안전망의 힘까지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신인 등용이라는 취지에 유념하며 뽑아낸 10명의 50편을 놓고 본심에 들어갔다. 최근 한동안 유행하던, 안개 속의 넋두리 같아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비판을 받아 온 경향의 시가 퇴조한 것은 다행스러웠다. 시대에 따라 신춘문예 당선시의 유형이 형성되고, 그 유형을 모델로 삼아 시 공부를 하는 경향이 있는데, 학습상 불가피한 면도 없진 않겠으나, 그것이 참조사항 이상으로 작용하는 경우, 자신의 시적 개성과 진정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법이다. 본심에서는 그러한 점도 염두에 두고 정독하여 김미향, 추 온, 김나비(김희숙) 세 명으로 압축하였다.

김미향의 「내 몸속에 콩나물이 자란다」 외 네 편은 사물에 대한 인식과 표현이 신선하고 진솔한 편이었으나, 아직 사유의 깊이가 약하고, 문맥 및 이미지 전개상 허술한 틈이 보여 제외하였다. 추 온의 「물 한 그릇의 표본」과 김나비(김희숙)의 「오목한 기억」 외의 작품들을 놓고 고심하며 심의를 거듭한 결과, 김나비(김희숙)의 「오목한 기억」을 당선작으로 고르는 데 합의하였다.

"목마른 밤이면 밝아지는 물의 귀/몸의 어느 지류에서 풍토병처럼 뒤척거리는 계곡 하나/밑 빠진 독으로 자꾸 새어나가는 흉몽처럼 듣는다" 같은 대목에서 보듯, 추 온의 응모작은 유려한 문체와 율동감, 상상력의 아름다움이 돋보였다. 다만, 사물에 대한 상상력과 그것을 형상화해 내는 깊이에서 약간의 허약성이 문제되었다.

당선자 김나비(김희숙)의 「틸란드시아」, 「밀리터리 룩」등 응모작은 대체로 대상[사물]에 대한 통찰적 인식과 상상력이 뛰어나고, 겉멋 부림이 거의 없었으며, 조사(措辭)의 능력과 절제력 있는 문장도 단단한 편이었다.

특히 당선작 「오목한 기억」은 시간과 존재의 문제를 깊이 천착하여 그것을 밀도 있게, 그리고 다부지게 갈무리한 솜씨가 두드러졌다. 신선한 감각과 표현, 주제의 심연을 향한 집중력과 그것의 자연스러운 육화(肉化)는 시간에 대한 비극적 인식을 아름다움으로 변용해 낸 힘이 되고도 남음이 있다. 당선을 축하하며, 정진을 빈다.

시[문학]는 써먹을 수 없는 것을 써먹는, 지극히 한심한 영혼의 행사이다. 기꺼이 그 고독한 길에 들어, 세상을 살 만한 곳으로 바꾸어 보려는 모든 응모자에게도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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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2/23 [18:08]  최종편집: ⓒ w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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