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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날 날아든 당선 소식... 알찬 열매를 맺을 것”
2017년도 제1회 한국NGO신문 신춘문예[시] 김나비(김희숙) 당선소감
 
김나비(김희숙) 기사입력  2017/02/23 [18:12]

▲ 2017년도 제1회 한국NGO신문 신춘문예[시] 당선자 김나비(김희숙) 씨
 
대숲에 둘러싸인 시골집에서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대숲에 일렁이던 바람소리, 밤하늘 가득했던 별빛들, 까만 밤을 온통 집어삼킬 듯한 개구리 울음소리가 아직도 눈 감으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엄마는 먼 길을 떠나기 전에 뒤꼍에 토마토, 가지, 고추, 참외, 수박 등을 심으셨습니다. 시루에 콩나물을 가득 안치고, 김치를 큰 통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주셨지요. 그리고 시루에 콩나물이 비어갈 무렵 엄마는 새 옷과 운동화를 손에 들고 논길을 따라 대숲 일렁이는 집으로 걸어오셨습니다.
살면서 나는 늘 그 시절 대숲을 서성입니다. 그 서걱이던 날들이 가슴에 너울거릴 때면 나는 시를 씁니다. 거대한 이야기가 아닌 소소한 삶 속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세상의 낮은 곳에서 시라는 돋보기를 들고 멈춰 서서 아픔을 확대해서 볼 수 있는 시인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것을 통해서 단편 소설을 떠오르게 하는, 이야기가 있는 시를 쓰고 싶습니다.
생일날 날아든 당선 소식에 둔기로 맞은 듯 아득했습니다. 부족한 시를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늘 나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준 고마운 가족들 사랑합니다. 앞으로 열심히 시밭을 일구어 알찬 열매를 맺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NGO신문 제1회 신춘문예 당선시 /2017년도>

오목한 기억
               김나비(김희숙)

나는 걸어다니는 화석이지
아득한 어제의 내일에서 말랑말랑하게 오늘을 사는
지금 난 미래의 어느 지층에서 숨을 쉬고 있는 걸까
오지 않는 시간 속, 닿을 수 없는 먼 그곳엔
오늘이 단단하게 몸을 굽고 있겠지
거실에 흐르는 쇼팽의 녹턴도 조각조각 굳어 가겠지
밤마다 창 밖에 걸었던 내 눈길도
오지 마을 흙벽에 걸린 마른 옥수수처럼 하얗게 굳어 있을거야
이번 생은 사람이라는 포장지를 두르고 살지만
삐걱이는 계단을 밟고 내려가면
지하 1층쯤 지층에는
내가 벗어버린 다른 포장지가 파지처럼 구겨져 있겠지
기억이 모두 허물어진 나는 나를 몰라도 어둠은 알겠지
내 귓바퀴를 맴돌며
내가 벗은 문양을 알려주려 속살거릴거야
49억 년 전부터 지구를 핥던 어둠은
소리 없는 소리로 구르며 둥글게 사연을 뭉치고 있겠지
눈사람처럼 뭉쳐진 이야기를 은근하게 나르겠지
내가 갈 수 없는 시간 속으로 부는 바람의 몸통
그곳에서 난
검은 항아리 위에 새겨진 기러기처럼
소리를 지운 채 지친 날개를 누이겠지
돌과 돌을 들어내면
오목 새김 된 내 무늬가 부스스 홰를 칠거야


※김나비(본명 김희숙) 약력
청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우석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학과 졸업
2015년 청주신인예술가상 수상
2015년 12월 수필집 『내 오랜 그녀』 출간
청주문인협회 회원
충북수필문학회 회원
현 교육공무원(원봉초등학교병설유치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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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2/23 [18:12]  최종편집: ⓒ w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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