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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시마을] 박순길, 흔적
 
박순길 기사입력  2017/02/13 [09:18]

  
 흔적
        박순길 (1951년~)

어머니가
주말농장에 오신 적이 있다
밭을 매다가
호미를 잃어버렸다고
찾고 또 찾았다
어머니 가신 후
호미를 찾았다
그 자리
있던
그 자리에
그대로 놓아두었다



이오장 시인의 시 해설/ 하던 일을 멈추고 어머니께 달려가자. 가지 못할 사정이 있다면 전화로 어머니의 안부라도 물어보자. 어머니가 안 계신다면 하늘을 우러러 어머니를 불러보자. 어머니, 어머니, 아무리 불러도 싫증이 나지 않는 이름, 그렇다 누구에게나 어머니는 있고 그 곁을 떠나서도 잊지 못하는 세상에서 가장 큰 존재다.
사람은 곁에 있을 때는 가치를 모르다가 없으면 더 그리워하는 망치(忘置)의 동물이다. 대표적인 것이 부모라는 존재다. 가장 귀중하고 떨어질 수 없는 사이지만 함께 있을 때는 잊고 지낸다. 그러다가 여의게 되면 그리움에 몸부림친다. 생전에 못다 한 일과 좋아했던 음식을 대하고 부모를 떠올리지 않는 사람은 없다.
어머니라는 말은 언어 이전의 생태적으로 생겨난 말이다. 낳아주고 길러주는 정성과 보호받는 고마움을 소리로 부르는 말이 어머니다. 그 어떤 말보다 앞선 최초의 말, 어머니, 그런 어머니가 기억을 잃는다면 어떻게 될까. 자식도 기억하지 못하는 어머니는 이 세상에 많다. 병이라기보다는 자연 속에 삶이 늘어난 장수의 결과가 빚은 부작용이라 할 수도 있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막상 닥치고 나면 무엇으로 그 고난을 설명할 수 있으랴. 박순길 시인의 시에서 어머니가 그런 증세를 보인다. 금방 쓴 호미를 어디에 뒀는지를 모르는 기억상실증, 호미를 찾은 아들은 다른 곳에 옮겨두려다가 어머니의 기억을 회복시키려는 마음에 제자리 둔다. 기억은 스스로 회복하는 치유력이 있다는 것을 믿은 것이다. 하지만 어머니를 향한 효심은 그것을 넘어 세상의 잣대를 동원한다. 바로 흔적이다. 흔적을 찾을 수 있다면 기억을 되돌리기가 쉬워진다. 어머니가 남긴 흔적을 더 뚜렷하게 해놓은 시인의 효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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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2/13 [09:18]  최종편집: ⓒ w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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