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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민사회는 아시아 평화 견인할 큰 힘”
김영호 교수, 제10기 남북경협 법률아카데미 특강
 
은동기 기자 기사입력  2016/10/23 [06:26]

[한국NGO신문]은동기 기자=(사)남북경협국민운동본부(상임공동대표 이장희 한국외대 교수)가 주최하는 남북경협 제10기 법률아카데미 개강식이 18일 오후 7시 중구 을지로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렸다.

(사)남북경협국민운동본부는 남북경협이 국내외적 상황 변화에도 위축되거나 중단되지 않고 계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법적,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고 이를 굳건히 구축하는 것이 우리 시대의 과제임을 인식하고 매년 남북경협을 뒷바침할 법률 전문가와 실무가를 양성해 오고 있다.

이날 전 산자부장관이며 유한대 총장이었던 단국대 김영호 석좌교수는 “남북경협과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한 특강에서 한반도의 현 상황과 북한 경제를 진단하고 한국의 시민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이하는 김 교수의 특강을 정리한 것이다. 


(사)남북경협국민운동본부가 주최하는 남북경협 제10기 법률아카데미 개강식이 18일 오후 7시 중구 을지로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렸다.   © 은동기


『남북경협과 한반도평화』 
 김영호(단국대 석좌교수, 전 산자부장관/유한대 총장)


지금 우리는 역사상 가장 어렵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 절망적인 시기를 통과하고 있다. 우리는 한 동안, 중국이라는 호랑이를 올라타고 세계를 누빌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을 가졌었다. 중국을 올라타면 세계와 시장을 석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올라타지 못하면 중국이라는 호랑이의 밥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었는데 밥이 되고 있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요즘 파블로 네루다의 시 ‘비상’ 중, “날지 않으면 길을 잃는다.” 시구를 생각한다. 지금 우리가 날지 않으면 길을 잃는다. 오늘 이 문제를 여러분과 함께 생각해보고자 한다.

▲  (사)남북경협국민운동본부 이장희 상임공동대표가 법률아카데미 개강식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 은동기


선제공격론에도 고개 드는 타협론, 한국 정부만 대결정책 고수 

한반도에서는 19세기 말부터 지금까지 적어도 120년 동안 전쟁 내지 준전쟁 상태가 계속되어 왔다. 청일전쟁(1894), 러일전쟁(1904), 중일전쟁, 태평양전쟁, 중국내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그리고 냉전 후 재냉전 기간 중 일어난 2006 북한의 1차 핵실험,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 등은 중.일, 러.일, 미.소, 미.중 간 마찰로 인한 모든 모순과 갈등 구조 속에서 한반도 전쟁으로 귀결되었다. 

최근 회자되고 있는 소위 ‘북한 선제공격론’은 한반도 전체의 전쟁으로 확대되어 남북이 공멸한다는 이유로 포기했던 전략이다. 미국의 존 케리 국무장관도 그것은 방법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남한의 핵개발도 NPT, 한미방위조약, 한미원자력협정 등으로 인해 사실상 불가능하다.
 
얼마 전, 미국의 페리 전 국방장관이 “현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론은 해결책이 아니며 남한의 핵개발론도 방법이 아니다. 방법은 타협하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 것은 상당히 일리가 있다. 페리 전 국방장관은 북핵의 완전폐기는 이미 늦었다며 3-No(추가생산, 추가 핵실험, 수출 중단) 협상론을 언급하고 타협해야 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북한과의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존 케리 국무장관도 9.19 유엔 총회를 앞두고 한미 외무장관 회의에서 “조건만 된다면 북한과 타협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고, 러셀 국무차관보도 최근 강성 발언을 쏟아 내면서도 한편으로는 “북한과 타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북한과의 건곤일척의 대결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의 분위기는 이 같은 강경론에 대해 그 외의 말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차라리 남과 북이 노태우 정부 당시 남북한이 합의했던 ‘한반도 비핵화’안에서 비핵화의 약속을 지키고 평화국가로서 이미지를 높이는 것이 오히려 한국의 국가전략상 유리하다고 본다. 그야말로 평화가 간절한 나라가 한국이다. 그런 속에서 우리가 평화를 유지하려면 한반도를 북한의 군사페이스가 아니라 경제페이스로 돌려야 한다.


▲  김영호 교수    © 은동기


기지개 켜는 북한 경제, 장마당 경제와 돈주

북한경제는 1995~1996년의 대홍수와 대흉작으로 인해 초토화되었으나 최근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2012년 6.28, 생산성이 일정한 평균 수준을 넘으면, 개인의 이익으로 인정해 주도록 한 새 경제관리체계(자율경쟁시스템) 도입으로 농업과 기업소의 생산성이 20~30% 증가, 한국은행 추계로 2011년 0.8%, 2012년 1.3%, 2013년 1.1% 2003년 1.3%의 경제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북한의 장마당(시장)은 수는 존 홉킨스 대학에서 인공위성 사진을 보고 계산한 바에 의하면 약 400개가 있다. 2012년의 200개보다 배로 늘었으며, 하루 약 180만 명의 시장 인구가 장마당에서 움직인다. 북한에는 공산당과 장마당이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북한의 각 가정에는 텃밭과 담에 채소, 과일, 호박, 오이 등 여러 작물들이 심어져 있는데 생산성이 높다. 이 작물들이 ‘장마당’으로 흘러들어 소득과 직결되고 있다. 이로 인해 북한의 협동농장 체제가 붕괴되고 사회주의 경제가 시장경제로 이행되고 있다. 

북한의 민생경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장마당과 ‘돈주(자본가)’이다. 장마당을 없애면 인민생활이 지탱되지 못한다. 북한에 시장 인구가 증가하고 돈주(전주)가 출현하고 있다. 돈주는 상당한 경제력을 갖고 당이나 사업소에서 아파트를 지을 때 돈이 부족하면 합작으로 짓는다. 정부가 아파트 일부를 돈주들에게 분양하면 돈주가 일반인들에게 파는 형태에서 지금은 아파트 자체를 전주가 짓고 정부기관은 그 중 일부를 분양받는 형태로 북한의 부동산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돈주는 농촌에서 텃밭과 장마당 경제를 지탱시키고 활성화시키며 중국으로부터의 암시장이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중국과 남한의 정보가 북한으로 흘러 들어간다. 여기에 힘을 실어 주던 곳이 개성공단이었다. 123개 기업체와 55,000명의 노동자와 가족들. 약 30만 전후의 가족들이 개성공단과 연결되고 장마당과 연결되어 있었다.


포철, 북한에 포철 건설, 무산의 품질 좋은 철광석으로 대중, 대러 수출에 나선다.

북경에서 평양을 다녀온다는 포철 회장을 우연히 만나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함흥이나 원산에 ‘북한 포철’을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북한의 무산 철광석은 그 품질이 동북아산과 호주산보다 우수하고 값도 싸서 경쟁력이 유리하다. 포철의 경쟁력을 살리려면 무산 철광을 이용하는 형태로 발전할 수밖에 없다는 것. 북한 포철이 건설되면 북한과 중국 동북부 지방 그리고 러시아의 철강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다.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다. 

포철뿐만 아니다. 북한의 인건비는 중국보다 1/3~1/2 낮으며, 언어소통이 문제가 없고 기술습득 속도가 매우 빠르며 노동생산성이 우수하다. 남한 경제와 결합하면 중국을 이길 수 있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개성공단을 몇 개 더 만들어 이러한 북한의 좋은 조건과 풍부한 자원이 남한의 선진화된 금융과 기술이 융합되어 예성강을 통해, 인천으로. 중국으로 진출한다면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는 셈이다. 중국경제에 밀리며 나락에 떨어지고 있는 남한의 경제가 경쟁력을 회복하는 길은 북한의 자원, 인력과 결합하는 일이다.


일본과 아시아가 부러워하는 한국 시민사회의 힘

일본에는 한국의 시민사회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고 부러워하는 교수들이 있다. 그들의 말을 빌리면, 산업화의 결과로 한국의 시민사회는 중산층을 형성했다. 그 중산층과 네티즌이 시장과 정보네트워크와 연결되면서 시민사회가 민주화를 요구하고 시민혁명이 6.29선언을 이끌어냈으며, 정부를 개조하고 정부를 바꾸기도 하는, 아시아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사회가 바로 한국의 시민사회이다. 일본을 비롯한 아사아의 어느 나라도 시민사회가 정부를 바꿔본 기억이 없다.

시민사회가 국가조차 바꿀 수 있다는 그런 경험이 있으면 시민사회를 대하는 정부의 자세도 달라질 수밖에 없고, 시민사회도 정부를 보는 시선이 다르다. 시민사회는 얼마든지 정부를  바꿀 수 있다는 경험과 기억은 정부와 시민사회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꾼다. 그런 기억을 가진 나라는 아시아에서 한국뿐이다. 한국은 일본이 못하는 여.야 간의 정권교체가 거의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나라이다. 그런 점에서 일본에서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일본보다 훨씬 앞서 있다고 보고 있으며 한국에서의 민주주의 발전이 일본과 아시아를 변화시키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고 모범사례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아베정권의 최대 약점은 바로 ‘비민주성’이다.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이라는 개념으로 그보다 상위의 헌법구조를 무력화시켰다. 하위의 집단적 자위권 구조로 그보다 상위구조인 헌법 구조를 무력화시킨 것은 명백하게 헌법위반으로 민주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본과 아시아가 부러워하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보수정권이 집권하면서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지만, 한국 시민사회의 시민성과 활력은 여전히 무엇보다 중요한 자산이다. 그 시민사회의 활력 위에서 남북관계를 이뤄나가야 한다. 시민사회의 활력이 북한을 포용하고 변화시키는 근본적인 힘이 되어야 한다. 그보다 더 큰 무기는 없다.

시민사회의 활력이 개성공단을 더 만들고 그것을 통해 북한의 장마당과 연결, 인민경제가 활성화되고 발전하면서 북한의 발전을 이끌어나가는 힘이 되고 장마당의 힘이 공산당을 이길 수 있게 하는 것이 남한이 취할 수 있는 최고의 전략이며, 위기에 빠진 남한 경제가 경쟁력을 회복하는 첩경이기도 하다. 한국이 민주국가이면서 아울러 평화국가라는 이미지를 극대화시켜야 한다. 

따라서 한국은 노태우 정부 때 남북이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선언을 살려 아직은 핵을 보유하지 않은 일본, 몽골, 대만 등 비핵국가들과 함께 동북아, 동남아에서의 비핵지대화를 주장하는 선도국가가 되어 그들과 손을 잡고 평화국가의 이미지로 북핵문제에 대응하는 것이 우리로써 유리하다. 보수정권 들어 민주주의가 많이 훼손되긴 했지만, 그렇더라도 민주국가와 평화국가의 이미지를 살려 북핵을 의미 없는 것으로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9조의 회' 홈페이지    © 9조의 회


히로시마의 논리로 전범 국가가 평화국가로, 가해자가 피해자로 둔갑한 일본

독일의 메르켈 수상은 “독일의 나치즘은 히틀러 일당만의 나치즘만이 아니라 당시 독일의 지식인과 시민이 합세했던 운동이었다. 독일의 지식인과 시민들도 모든 책임을 히틀러 일당에게 전가하지 말고 같은 공범이라는 반성을 해야 한다”고 했다.

어느 일본의 학자도 “2차 대전 당시, 일본에는 순수한 일반인은 없었다. ‘평복 입은 군인과 군복 입은 군인’이 있었을 뿐이다. 일본 파시즘에 일본 국민 모두가 일체화되어 있었다.”고 쓴 적이 있다. 히로시마는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군항이었고 일본국민 전체가 파시즘의 전범이고 함께 참여했던 공범들이다. 아무 전쟁과도 무관한 평범한 시민들이 아니었다.

일본인은 항상 히로시마의 논리, 히로시마의 회전축을 통해 똘똘 뭉쳐 전쟁을 일으킨 전범국가, 가해국가에서 피해국가로 둔갑했다. 처참하게 원폭 피해를 입은 국가로 둔갑한 것이다.

나는 히로시마 공원 안에 조선인 피폭자의 무덤이 들어가는 것을 반대했다. 왜냐하면, 히로시마의 일본인 피폭자들은 벌을 받을 만 해서 받은 것이지만, 조선인들은 아무 죄 없이, 그야말로 일본 식민주의와 미국의 폭격에 희생되었기 때문이다. 조선인 피폭자들은 진정한 세계평화의 원점이다. 합천의 논리가 진정한 세계평화의 논리인 것이다.


아시아 시민사회의 잠재력, 일본의 ‘9조의 회’, 중국의 8억 중산층과 10억 네티즌

일본에는 현재 헌법 개정에 반대하는 층이 지지하는 층보다 10%이상 높다. 일본에는 고이즈미 정권 이후, 노골화되고 있는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에 대한 호헌 평화세력의 위기감에서 2004년 6월에 창립된 ‘9조의 회’라는 단체가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 등이 활동하고 있으며 일본 전국에 6천여 개의 ‘9조의 회’가 있다.

작년 6만여 명이 모인 동경에서의 ‘9조의 회’ 창립 10주년 모임에 강의를 한 적이 있다. 강연 후, 질의에서 ‘다께시마는 어느 나라의 것인가’라는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나는 “독도가 누구의 것이냐에 대해, 다른 사람이 쓴 글을 보고, 신문에서 주장하는 것을 보고, 정부가 주장하는 것을 보고 덩달아 떠드는 사람은 (그의 주장이)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그런데 원자료를 분석해서 독도가 어느 나라 땅이라고 논문을 쓴 사람은 한국과 일본을 합해 9명이다. 그 중 대부분이 일본인이다. 그런데 그 일본인들 중, 다께시마가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그 분들은 자기 고향에 살지 못하고 동경이나 대도시에 와서 피난해서 살고 있다.”라고 했더니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한국의 시민사회가 일본의 ‘9조의 회’ 같은 시민사회와 손잡을 수 있는 여지는 많다. 또한 중국에는 8억의 중산층과 10억의 네티즌이 형성되어 있으며 이들은 현재 '북경의 봄'을, '홍콩의 봄'을 외치는 (시민 세력화가 가능한) 잠재력 있는 집단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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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10/23 [06:26]  최종편집: ⓒ w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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