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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시마을]유정남, 소금꽃
 
유정남 기사입력  2019/06/14 [12:43]

                                                            소금꽃

                                                            유정남

 


뭍으로 건너온 바다는 폭염 속에 몸을 맡기고 화두를 건진다 갯벌의 수로를 지나올 때는 젊은 날의 부유물들이 등짐처럼 따라왔다 방향도 모른 채 심해를 유영하다 찢어진 지느러미들, 바람을 다그치던 파도의 높이를 잠재우느라 밤이면 신열을 앓기도 했다 바다의 가장 깊은 곳을 들여다보느라 뼈를 드러낸 어깨의 늙은 염부가 구릿빛 땀방울을 떨군다 수평으로만 이어지는 염전에는 한 뼘의 그늘도 햇볕에 녹고, 쓰라린 언어의 자모들도 갯바람에 묻어 하나씩 증발되어 간다 별꽃 뜨고 지는 몇 생을 지나 수면의 흔들림이 모두 사라지면 끝없이 나를 비워내 온 시간의 결정들, 하얗게 풍화된 뼈로 눈물꽃이 되리라 거울 속에 눈부시게 정제된 별들을 쓸어 모은다

 

 

 

김기덕 시인의 시해설/격정과 욕망의 바다로 살다가 염전이라고 하는 재생의 장소에서 꽃이 되는 소금의 생성과정을 통해 승화된 삶을 그리고 있다. 폭염 속에서 화두를 건지고, 젊은 날의 부유물도 건져내고, 찢겨진 상처들, 욕망의 높이를 잠재우느라 신열을 앓기도 한다. 그늘도 햇볕에 녹고, 쓰라린 언어들마저 증발된 염전은 거울 같은 바다가 되어 하늘이 잠겨 있다. 그 어떤 심해보다도 하늘 잠긴 마음보다 깊은 바다가 없음을 깨달은 시인은 몇 생의 윤회를 지나고서야 얻을 수 있는 흔들림 없는 참 세상을 발견한다. 인고의 시간 속에서 얻은 풍화된 뼈와 같은 깨달음들은 꽃이 되고, 눈부시게 정제된 별들이 된다. 염전으로 끌어들인 바닷물이 걸러지고 햇빛에 졸아들면서 한 단계 한 단계 눈부신 소금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참된 깨달음과 해탈의 경지를 보여준다. 유정남 시인의 「소금꽃」은 소금처럼 정제된 언어와 졸아드는 염전과 같은 밀도 있는 문장들이 치밀하게 결합되어 그 어떤 심해보다도 깊은 사고의 깊이를 거울 속의 하늘처럼 반사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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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6/14 [12:43]  최종편집: ⓒ w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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