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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무상교육, 재원 문제 빈틈없이 점검해야
 
발행인 기사입력  2019/04/12 [09:45]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지난 9일  '고교무상교육 시행 당정청 협의'에서 고교 무상교육 시행 계획을 확정하고 올해 2학기부터 실시하기로 했다. 고교 무상교육은 문재인 대통령 공약으로 내년 2학기부터 도입을 계획했으나 1년 앞당겨 시행한 것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항목은 입학금과 수업료, 학교운영지원비, 교과서비 등으로 현행 초·중학교 의무교육 무상지원 범위와 같다. 고교 무상교육 대상은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된다. 올해 2학기 고등학교 3학년부터 적용하고 이후 2020년에는 고2·3학년, 2021년에는 고교 전 학년으로 확대한다.


고교 무상교육은 문재인 정부가 포용국가 실현을 위한 교육 분야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 정책이다. 교육받을 권리는 헌법에 규정된 기본권으로 초등학교, 중학교에 이어 고등학교 무상교육 완성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 실현이라는 면에서 환영할 일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5개국 중에서도 우리나라가 고교 무상교육을 실시하는 마지막 나라라는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한참 늦었다.


문제는 재원이다. 고교 무상교육 소요 예산은 올해 3856억 원이며, 고교 2·3학년을 지원하는 내년에는 1조3882억 원이 들어간다. 전 학년으로 확대하는 2021년에는 1조9951억 원이 필요하다. 예산은 국가와 교육청이 반반씩 부담한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국가와 교육청은 지방자치단체의 기존 부담금을 제외한 총 소요액을 절반씩 분담한다. 고교 전 학년 시행 예산을 기준으로 정부가 9466억 원(47.5%), 교육청이 9466억 원(47.5%) 등을 부담하는 셈이다. 나머지 1019억 원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한다. 당·정·청은 무상교육 재원과 관련해 앞으로 교육청과 협의해 확보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이는 교육감들의 입장과는 차이가 있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 모임인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어 “고교 무상교육 예산은 모두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면서 “더 이상 국가정책 추진과 관련된 재정 부담을 교육청에 떠넘기지 말라”고 촉구한 바 있다.


이에 교육계 안팎에선 ‘유치원·어린이집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을 두고 중앙정부와 교육청이 격돌했던 2016년의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박근혜정부 시절 중앙정부가 누리과정 시행 예산 일부를 시·도 교육청에 떠넘기려 했다가 교육청이 반발하는 바람에 보육 대란이 발생했다. 현 교육감들은 협조적이라지만 3년 후 새로 선출되는 교육감들이 과도한 부담을 이유로 반발하게 된다면 지난 정부에서의 ‘누리과정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또 증액교부금 근거 마련을 위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손질 등 관련법 개정에 있어서도 여야가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순조롭게 진행될지 의문이다.


고교 무상교육은 교육의 국가 책임을 강화하고, 가계 교육비 부담을 줄인다는 측면에서 도입 필요성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번 제도 시행으로 고교생 자녀 1명을 둔 가구는 연평균 158만 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학부모 대상 여론조사에서도 86%가 찬성했다. 하지만 고교 무상교육이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별도의 무상교육 재원을 마련하느라 시·도 교육청에서 학교기본운영비 등 다른 예산을 줄이는 상황이 되면 교육의 공공성 강화와 균등한 기회 보장이라는 무상교육의 취지는 훼손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교육현장에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안정적인 재원 조달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또한 교육청, 지자체 등과의 이견을 조율하고 관련 법 개정에도 속도를 내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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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4/12 [09:45]  최종편집: ⓒ w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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