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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한국NGO신문 신춘문예 시상식 열려
김정범의 「북극여우에게」당선 영예
 
은동기 기사입력  2019/03/16 [13:13]

-“살찐 스님과 살찐 시인이 많은 사회는 병든 사회이다. 시인은 시대의 아픔을 같이 해야하며. 소외되고 낮은 곳을 향해 시대의 아픔을 잊지 말고 번민의 밤을 밥 먹듯 해야 한다

 

[한국NGO신문] 은동기 기자 = 한국NGO신문이 주최하는 제3회 신춘문예 시상식이 3월 15일 오전 11시, 서울시민청 동그라미홀에서 개최되었다.

 

▲ 한국NGO신문이 주최하는 제3회 신춘문예 시상식이 3월 15일 오전 11시, 서울시민청 동그라미홀에서 열렸다.      © 은동기

 

이날 시상식에는 당선작 「북극여우에게」를 쓴 김정법 시인을 비롯, 심사위원, 여러 문학 동호인들과  한국NGO신문사 관계자들이 참석, 성황을 이뤘다.

 

3회째를 맞는 올해 신춘문예에는 전국에서 720편의 작품이 응모했으며, 우열을 가리기에 쉽지 않을 만큼 수준 높은 작품들이 많았다. 

 

2019년 2월 22일 안재찬, 이오장, 김선진, 이솔, 김기덕 시인의 예심을 통과한 17인의 우수한 작품 85편을 대상으로 2월 25일, 조명제(시인, 평론가), 서정윤(시인), 이지엽(시인, 경기대학교 교수) 심사위원이 본심을 심사, 김정범(남, 58세)씨의 「북극여우에게」를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  인사말하는 안재찬 신춘문예 운영위원장   © 은동기

 

인사말에서 신춘문예 운영위원장인 안재찬 시인은 “이 상은 여느 신춘문예와는 달리 매년 몇 몇 시인들이 순수한 뜻을 모아 주머니를 털어 마련한 상금으로 운영하는 아주 특이하고 신선한 상”이라고 설명했다.

 

안 위원장은 “살찐 스님과 살찐 시인이 많은 사회는 병든 사회”라고 강조하고, “시인은 시대의 아픔을 같이 해야 하며, 번민과 번뇌의 밤을 지새며 저 어둠속에서 빛을 발하는 심정으로 시인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 소외되고 낮은 곳을 향해 시대의 아픔을 잊지 말고 번민의 밤을 밥먹듯 하라”고 당부했다.

 

시인이며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조명제 심사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한국NGO신문 신춘문예는 철저하게 신인 중심으로 당선자를 선정하고 있다”면서 “향후 그 정신이 공감대가 형성되고 발전하면서 응모작과 우수한 작품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  조명제 심사위원장이 축사에 이어 심사평을 발표하고 있다.    © 은동기

 

심사평에서 조 위원장은 “심사의 기준으로 신인으로서 ▲시인으로서의 기본적 자질, ▲시적 상상력,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생명성, ▲시적 구성이나 소재들이 주제를 잘 살려내는 데 기여하고 있는가를 심사기준으로 전체 작품을 윤독하고 개별적인 평가 결과를 취합하여 다섯 사람으로 압축한 다음 각 작품의 장단점을 분석하여 숙의했다”고 그 과정을 설명했다. 

 

촘촘한 시적 구성과 시상을 끌고 나가는 탄탄한 힘

 

조명제(시인, 평론가), 서정윤(시인), 이지엽(시인, 교수)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들은 나름대로 구성이 탄탄하고 완성도가 잘 갖춰져 어느 작품을 당선작으로 결정하여도 무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오랜 시간 절차탁마의 과정을 거쳐 온 흔적이 역력했다”고 평가했다.

 

신하윤의 「전선 수리공」 外의 작품은 시적 상상력은 탁월하지만 존재에 대한 깊이 있는 인식이 다소 미흡하다는 점에서, 박경의 「물고기 자세」 外의 작품은 탄탄한 구성력을 가지고 있지만 주제 의식이 다소 모호하다는 점에서 우선 제외되었다. 권수인의 「검은 돌」 外의 작품은 아버지의 노동을 통해 현대인들의 아픔을 잔잔하게 형상화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으며, 김미경의 「식탁에 앉아」 外의 작품은 “꽃향유의 쓸쓸함”을 통해 죽음으로 다가오는 비극적 인식이 배경에 잘 용해되어 있어 마지막까지 결정을 어렵게 했다.

 

이에 반해 김정범의 「북극여우에게」 外의 작품은 시적 구성이나 시상을 끌고 나가는 힘이 탄탄하였다. ‘북극여우’가 가지고 있는 극한 상황을 통해 불구가 예견되는 상황을 담담하게 잡아내면서도 “이누이트 아이들이 태어나는” 미래를 포기하지 않는 정신이 높게 평가되었다. 다소 의도화 되어 있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밀고 나가는 서정의 힘과 한 땀씩 엮어나가는 촘촘한 묘사력에 기대를 걸기로 했다.

 

조 위원장은 심사평을 설명한 후, 후배 시인들에게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그는 “보통 신춘문예를 보면 등단이 목표가 되어 당선된 후 (활동이) 흐지부지되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고 “등단은 단지 출발일 뿐, 끝이 아니다. 가혹한 현실의 출발선상에 서는 시작일 뿐이다. 등단이 목표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는 개인적으로 ‘시란 무엇인가’ ‘시는 어디에 있는가’를 화두로 시를 생각하고 평론도 쓰고 있다. 갈수록 시는 어렵다. 그 상징성이 다른 문학 장르와는 비교할 수 없이 깊고 넓다. 이 길을 가면 갈수록 첩첩산중이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것 같아 막막하다. 시를 쓰면 쓸수록, 좀 과감하게 말씀드리면, ‘지금까지의 시는 시다운 시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없는 시를 찾아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시인은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시상식은 신문사를 대표하여 차성웅 이사가 상패와 상금을 전달했다. 

 

▲  한국NGO신문 차성웅 이사(오른쪽)가  당선작가 김정범 시인에게 상패와 상금을 전달하고 있다.   © 은동기

 

“인류는 사랑해야 할 지구를 스스로 파괴하고 있다. 나의 시는 거기에서 출발할 것”

 

그의 시는 인류의 문명에 의해 파괴되고 훼손되고 있는 지구의 재앙을 시적 상상력으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쩌면 역설적으로 시적 소재가 고갈된 현실에서 인간에 의해 파괴되면서 신음하고 있는 지구의 환경과 생태계의 몸부림은 시인들에게 마지막 남은 시적 소재의 보고인지도 모른다.  

 

▲  제3회 한국NGO신문 신춘문예 당선 작가 김정범 시인이  수상소감을 밝히고 있다.    © 은동기

 

제3회 당선작인 「북극여우에게」를 쓴 김정범 시인은 수상 소감에서 왕성한 문학 활동을 하던 대학 다니던 때를 회고했다. 김 시인은 “직장을 다니며 풍향계 활동 동인들과 같이 하던 어느 날 갑작스럽게 시간여행을 하는 것처럼 30여 년 전으로 되돌아가 뜨겁게 문학을 갈구하며 나의 詩아버지였던 김수영 시인처럼 ‘시는 나의 인도자이다’라고 시를 썼던 그 세월이 다시 오늘의 시가 되었다. 그 시간들이 마치 중간에 30여년의 시간들이 없어진 것처럼 광풍이 되어 나를 때렸고 작년 12월부터 다시 미친 듯이 시를 쓰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구에 관해 시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인류 모두가 사랑해야 할 지구를 인류 스스로 파괴하고 있다. 나의 시는 거기에서 출발할 것”이라며 그의 詩作 활동 방향을 암시했다.   

 

그는 당선 후 읽은 제37회 '시문학상' 수상작인 문학평론가 조명제의 평론집 '윤동주의 마음을 읽다'에서 저자가 “모름지기 시인은 운명을 선택하는 자이다. 현실적 경제적 이해관계와는 상관이 없는 일, 그것이 정당하다고 판단되는 것이면 자신의 고통과 희생을 감당하면서라도 그 길을 선택하는 것이 의로운 시인의 운명인 것이다”라고 강조했던 부분을 인용하며, “내 머리 속에서 번개가 치는 것을 느꼈다. 그 이후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시를 쓰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김 시인은 “이는 옛날 많은 선배 문학인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어쩌면 자신의 운명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고 운명을 개척해야한다는 것을 얘기하신 것 같았다. ‘맞아. 이건 내 운명이야’하며 그 길을 가기 위해서는 여러 위험이 있겠지만, 모든 것을 털어버리고 내 의지대로 내 운명을 개척하면서 가야 된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지엽 교수의 시, <편안한 만남>의 첫 구절, ‘길은 물에 이르러 조용히 죽는다. 물은 바다를 만나 제 목숨을 넘겨주고 바다는 수평에 닿아 하늘 길을 만든다‘는 대목을 인용하며 “길이 죽는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길은 가다가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경우는 있겠지만, 길이 죽어버리면?.... 길이 물을 만나 죽어야겠구나. 그리고 그 물이 다시 또 크고 넓은 바다를 만나고 그 넓은 바다가 다시 또 하늘을 만나 더 큰 세계를 만나고... 그렇구나 내가 죽어야겠구나. 나를 죽이고 시작해야 하는구나, 내 자아가 강렬하게 원하고 있던 것, 내 일부였던 것들... 내가 자유스럽게 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쓰는 시가 거기에 녹아 시대정신을 구현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노래하는 시대정신으로 그런 시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마지막 순서로 당선작 「북극여우에게」를 지난해 제2회 신춘문예 당선작가인 유정남 시인이 낭송하며 시상식을 마무리했다.

 

▲  제2회 한국NGO신문 신춘문예 당선 작가인 유정남 시인이 올해 당선작  「북극여우에게」를 낭송하고 있다.         © 은동기

 

▲  시상식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은동기

 

 

▲ 수상자  김정범    

 <약력>
 
 ▸충북 청주 출생
 ▸충북대학교 졸업
 ▸풍향계 문학동인

 


「북극여우에게」

 

                    김정범

 


너의 흰 털이 햇빛처럼
방 안에 부서져 내리고 있어
어제 유리창이 흑백사진을 보내왔어
툰드라가 붉은 흙에 파묻히고
잎새 잃은 나무가
뼈다귀로 서 있는 사진
마치 너의 최후인 양, 섬뜩했어
강의 흐름이 빨라지고 있어
이끼는 점점 커지고
눈은 쌓이지 않고 녹고 있어
바다는 파도를 밀며
방파제를 넘어뜨리고
천둥은 기계의 도시에
폭우를 때리며 메아리치지만,
모두 편리함에 젖어 기름을 태우고 있어
너를 노리는 사냥꾼이
평범한 내 이웃이라는 사실이
매우 고통스러워
네가 안전하지 않으면 나도 안전하지 않아*
이미 절름발이가 된 너의 다리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눈꽃의 중심에 있는 육각형처럼
너의 서식지에 박혀 있는
지구의 눈동자가 보여
작은 것들이 떠가는 게 보여
바람에 묻어온 수증기 몇 톨이 
내 심부心府로 들어와서
힘겹게 발전發電을 하고 있어
빙하를 만드는 데 필요할 거야
별을 향해 짖고 있는 네 모습을 보고 싶어
지금 멀고 희미한 등불 아래서
이누이트 아이들이 태어나고 있어**
너의 마을에 싸라기눈이 흩날리며
내 방에 하얗게 빛나는
침묵의 언어를 뿌리고 있어


* 알렌 긴즈버그의 울부짖음에서 빌림
** 이누이트 : 북극 지역에 사는 원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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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3/16 [13:13]  최종편집: ⓒ w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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