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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시마을]오남희, 빛바랜 사진
 
오남희 기사입력  2018/12/21 [13:33]


 

빛바랜 사진
          오남희
 
지금도 세월을 감안하지 않은 채
사진 찍기를 좋아하여
푼수 없이 얼굴을 내민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진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
세월은 주름진 얼굴을
평생의 일상으로 새겨 놓았다.
 
빛바랜 사진을
지갑 속에서 꺼내며
젊음만으로도
눈부시던 꽃시절이었다고
혼자서 쓸쓸히 웃음 짓는다.
 

  
안재찬 시인의 시해설/이 세상에서 쭈굴쭈굴한, 물기 빠진 얼굴을 선뜻 내밀고, 기념할 만한 또는 보여 주기식 사진 찍기를 좋아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언제나 향긋한 봄날 얼굴보다 찬바람 씽씽 머물고 있는 겨울 얼굴로 만인 앞에 선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 있는 그대로, 현재 그대로를 증거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왠지 늙수구레한 여정을 알린다는 게 망설여지는 것도 인지상정이다. 어떤 여성들은 약력 난에 쓰일 사진을 십년 전 이나 심지어 이십년 전 사진을 써먹는 경우도 왕왕 있다. 불노가 신앙인 셈이다. 아름다운 모습에 대한 열망이, 집착이 나이를 칼질한다. 여성은 곡선이고, 미고, 추를 거부한다. 시인의 지갑 속의 빛바랜 사진은 언제나 꽃송이 향기를 맡으려는 간절한 소망이 배어 있는 것이다. 그 화사한 젊음의 얼굴로 노년을 증거하고 싶은 마음이다. 꽃시절 모습이 그리워서 과거를 지울 수 없다. 비록 얼굴은 늙었으나 젊은 시절의 향수, 그 마음까지 거두어 간다면 ‘경노박대’로 천벌을 받을 일이다. 시인은 목숨의 불꽃이 질 때까지 눈부신 추억과 욕망을 웅얼이며, 아득한 물줄기가 지나간 노정에서 무상과 순응을 호출하며 오늘의 나를 보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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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12/21 [13:33]  최종편집: ⓒ w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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