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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화 시인, 11번째 시집 『바람하늘지기』 출간
"바람으로 시를 그리다"
 
차성웅 기자 기사입력  2018/10/29 [14:36]


김규화 시인(79세)이 11번째 시집 『바람하늘지기』(시문학사 2018.10.25)를 출간했다.
 
▲ 김규화 시집 『바람하늘지기』(시문학사)     


그는 일정한 틀에 안주하지 않고 실험적인 시에 도전하는 시인으로서, 또 다른 형식의 연작시 바람의 세계를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바람하늘지기’라는 풀꽃의 이름으로, 보이지 않는 사물인 바람과 보이지 않으나 지니고 다니는 언어를 새로운 방법으로 결합하여 또 다른 길을 열어 놓았다.

작품 속의 바람은 모든 사물 속에 들어 잠시도 쉬지 않고 형체를 바꿔가며 과거를 회상하게 하고 현실을 직시하기도 하며 환상적인 미래를 그리기도 하는데 여기에는 바람이 일으킬 수 있는 모든 것이 동원되어 독자들을 또 다른 세상으로 여행하게 한다.

시 속에는 같은 연상 속의 해바라기가 피고 몸에 든 바람은 육신의 아픔을 일으키며, 새해 첫날에는 지구상의 모든 사물이 향기를 몰고와 바람의 시작을 알리는 달력을 걸게 하는 등 시인의 바람은 어떤 사물이나 정신 속에 깃들어 삶의 여정을 곧추세우게 한다. 

또한 작품 ‘얼간이’에서 보여주는 자신의 모습에서 여자의 보편적인 일생을 그려 이 세상 여자는 모두 순진하고 자연적이어서 은하의 별들이 내려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여자의 상징성을 일깨우고 있는데 이 같은 시적표현은 시인의 탄생이 어디에서 어떻게 왔는가를 보여준다.

심상운 시인은 해설에서 "김규화 시인은 언어의 세공사로서의 기능을 최대한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55편의 연작시에 담겨있는 ‘시계’ ‘몸’ ‘물결’ ‘비밀’ ‘허풍’ 등의 바람 이미지는 ‘이미지의 연상’을 바탕으로 시간과 공간을 건너뛰며 참신한 이미지의 세계로 독자들을 유인한다. 그리고 시인의 무의식 속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어린 시절 고향과 어머니의 이미지에 연결되어 모성의 태반 같은 따스한 온기의 정서를 느끼게 하기도 한다"라고 평했는데, 이는 김규화 시인의 시적 역량과 새롭게 모색하는 탐구적인 시의 방향이 어디로 향해 있는지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하늘지기
-바람·54


바람이 하늘을 지고 가로누워서 흐른다
방동사니과에 사는 바람하늘기기는
실 같은 이파리가 뿌리에서부터 촘촘해
머리정수리의 가마에서 소용돌이로
풀어흩어진 머리카락
바람을 한참 마신 다음에
노란 거꿀달걀꼴 열매를 피운다

바람은 마음대로 새어나가지 못하고
때때로 새로운 눈물을 흘리며 다가오다가
헤라클레이투스의 예언처럼 흘러가기만 한다

머리칼을 산산이 쪼개 햇빛을 안은 바람하늘지기는
폭풍이 불면 슬프게 우짖는 나의 초가지붕
인터넷에는 필요한 데이터를 쌓아놓고
기억장치를 돌려 지난일을 찾는다
조그만 사잇길에서 맴도는 추억이
그림자처럼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내놓는다

바람이 불어 홀연히 사라지다가도
하늘을 지고 가로누워 흐를 때
휘파람을 불면서 내게로 온다
 
▲ 김규화 시인     

 
약력: 현대문학으로 등단(1963-1966). 시집: 『떠돌이배』 『날아가는 공』 『햇빛과 연애하네』 『사막의 말』등 11권. 시선집: 『초록징검다리』 『성정시편』. 영시집: 『Our Encounter』, 불어시집: 『Notre Rencontre』, 한국문학상, 펜문학상 현대시인상, 동국문학상, 순천문학상, 도천문학상 등 수상. 현재 한국문인협회 자문위원, 국제펜한국본부 편집위원, 한국여성문학인회 자문위원, 한국현대시인협회 지도위원, 기픈시문학회·줗은시 낭송회 회원, 월간 『시문학』 발행인(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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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10/29 [14:36]  최종편집: ⓒ w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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