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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규제인가
 
김해빈 기사입력  2018/10/19 [09:56]


 
▲ 김해빈 시인/칼럼니스트     

 
산업혁명의 시절 영국에 붉은 깃발법이 생겼다. 혁명적인 산업의 발달로 자동차가 발명되자 그때까지 마차사업으로 교통을 담당하며 부를 축적했던 업자들이 자동차에 밀려 수입이 적어진다는 이유로 정치권에 항의하여 만들어진 규제법이다.

자동차는 마차보다 빠르고 한꺼번에 많은 인원을 태울 수 있어 마차와는 비교할 수 없는 교통수단이다. 거기에 호기심과 편리함에 승객이 증가하여 마차산업은 망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자, 업자들이 일치단결하여 자동차 산업을 가로막았는데 그 이유가 실로 어이없어 지금까지 대표적인 규제법으로 화자 되고 있다. 당시 규제법을 보면, 자동차는 사람의 도보 속도에 맞춰 천천히 가야하고 승객의 숫자를 제한했으며 사람이 지나가며 붉은 깃발을 들었을 때는 자동차가 멈춰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치인들은 앞날을 내다보고 국민을 설득하여 획기적인 산업발전에 전력을 다해야 했지만 우선은 당선되어야 한다는 절박감에 마차업자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런 이유로 독일에 자동차산업의 우선순위를 내주면서 오늘날까지 영국은 독일에 뒤처지고 말았다. 이러한 규제는 결국 반대나 찬성한 측 모두에게 불이익으로 돌아가 국가적인 손실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는다.

일시적인 효과만을 바라고 앞날은 내다보지 못하는 안목으로 당장 이익만을 취하려 하거나 나라야 망하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 식의 정책을 만드는 것은 큰 문제다. 현재의 정책에도 산업 현장이나 국민의 삶의 터전에 수많은 규제가 난립하여 담당하는 공무원조차 모를 지경에 이르렀으니 나라의 운명이 걱정될 수밖에 없다. 나라에는 헌법과 형법이 존재하고 개인적인 도덕과 미풍양속이 존재하여 그것에 맞춰 사람이 살아간다. 그러나 산업이 발달할수록 반대급부가 생기고 거기에 맞추려는 의도에 규제가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으나 너무나 방대한 규제가 만들어지고 국민을 그 속에 결박하는 정책은 철회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오히려 철폐되어야 할 규제 위에 또 하나의 규제가 첨가되는 격이다.

더구나 정치권 스스로가 각종 규제가 너무 많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부의 반대에 부딪혀 그것을 득표하려는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국민 대다수가 원하는 인터넷은행 설립은 기득권을 가진 기존 은행과 일부 자본가들의 반대에 부딪혀 국회에서 통과 못하고 있고, 장애인과 거동이 불편한 노령인의 건강문제를 해결할 화상 진료는 대형병원과 유명한 의료인들의 반대로 국회에 상정되자마자 보류되는 상황인데 어느 정책이나 새로운 것을 내놓을 때마다 규제를 풀지 못하여 국민들을 애타게 한다.

요즘 각종 규제를 보면 과연 국민을 위하여 있는 것인지 기득권자들에게 있는지 판단을 할 수가 없다. 정책상 필요하여 규제가 만들어졌다가도 그것이 국민의 삶에 장애가 된다면 과감하게 풀어야 하지만 그럴 때마다 반대세력이 들고 일어나고 또 그들의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이 눈치만 보는 현상은 언제까지 갈 것인가. 더구나 규제를 쥐고 흔드는 공무원 숫자는 날로 증가하여 국민의 앞날에 방해가 되는 것도 문제다.

통계에 따르면 공무원 한 사람이 틀어쥔 각종 규제가 수백 가지가 넘어서 새롭게 등장한 정부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고 한다. 누가 이것을 해결할 것인가. 법과 규제를 만드는 국회의원 숫자가 300명이다. 그들 개개인이 하나씩만 규제를 만들어도 쉽지 않은데 경쟁적으로 법을 만들어내고 기존에 있던 법을 두고 거기에 첨가하여 복잡한 법을 또 만드는 현상은 과연 국민을 위한 올바른 정책인지 심각하게 고민해볼 일이다.

새로운 법이 만들어질 때는 기존에 해당하는 법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국민의 삶에 어떤 영향이 미치는지를 신중하게 살펴야 한다. 법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하여 존재한다는 것을 정치인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권을 잡기 위한 수단으로써 일시적인 방편으로 사용한다면 끝내는 몰락의 길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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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10/19 [09:56]  최종편집: ⓒ w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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