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 사설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사립유치원 비리, 제대로 된 재발 방지책 세워야
 
발행인 기사입력  2018/10/19 [09:52]


최근 일부 사립 유치원들이 정부 지원금과 학부모들이 낸 원비를 부적정하게 사용했다는 감사 결과가 공개되면서 학부모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지난 5년 간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감사에서 비리 혐의가 적발된 유치원 1,878곳의 명단과 실태를 국정감사에서 공개했다. 국감에서 공개된 감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사립유치원 1878곳에서 비리 5951건이 적발됐다. 부정하게 유용된 금액도 269억 원에 달한다. 이는 전체 사립유치원의 33% 정도를 감사해 밝혀낸 것으로 전체를 대상으로 할 경우 실제 비리가 얼마나 더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내용을 보면 유치원 교비로 원장 핸드백을 구입하고 노래방, 숙박업소에서 사용했으며, 심지어는 성인용품점에서 용품을 샀다. 또 종교시설에 헌금하고 유치원 연합 회비를 내는데 수천만 원을 쓰고 원장 개인 차량의 기름 값, 차량 수리비, 자동차세, 아파트 관리비까지 냈다. 유치원은 매년 누리과정 예산 2조원을 지원받는다. 누리과정은 정부가 공정한 교육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만 3~5세 어린이라면 누구라도 유치원·어린이집 공통의 교육과정을 받을 수 있게 한 제도다. 누리과정에 이렇게 많은 혈세를 지원하면서도 지금까지 제대로 된 감시가 이뤄지지 않았고, 그동안 숱한 비리가 이미 드러났어도 관련자 징계 등은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교육당국이 지역사회와 학부모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온 일부 유치원장들의 반발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사립유치원의 비리 문제는 사립유치원의 불투명한 회계 시스템과 계속해서 이를 방치해온 정부 탓이 크다. 사립유치원도 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에 따라 정부 감독을 받는 교육기관이다. 하지만 초·중·고교는 물론이고 국공립유치원도 회계를 공개하지만 사립유치원만 예외다. 지난해 2월 국무조정실 부패척결추진단이 사립유치원 비리를 적발하고 회계 시스템 구축사업 계획을 밝혔으나 사립유치원 쪽의 거센 반발과 로비 탓에 유야무야된 상태다.  
 
여론이 들끓자 정부와 여당이 뒤늦게 대책마련에 나섰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국무회의에서 "어느 유치원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다른 곳의 잘못은 없는지, 잘못에 대해서는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 국민이 아셔야 할 것은 모조리 알려드리는 것이 옳다"며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도 "사립유치원은 그동안 감시·감독의 사각지대에 있었다"며 "정부와 협의해 유치원 비리 재발방지 종합방지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 대책에는 국가회계시스템(에듀파인) 확대 적용을 추진하고, 전국 사립유치원을 대상으로 정기 실태조사를 벌이며, 중대 비리가 적발된 유치원과 원장의 실명을 공개하는 등의 고강도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일부 사립 유치원들의 비위 사례로 전체 유치원을 비리 집단으로 매도하는 분위기에는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사립유치원 비리는 끝없이 반복돼 온 해묵은 문제이자 교육당국이 제대로 건드리지 못한 '뜨거운 감자'였다. 그동안 유치원의 투명성 강화를 위해 이런저런 대책이나 법률안이 나왔지만 사립유치원 쪽의 거센 반발과 로비 탓에 중단됐던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사립유치원 모임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도 “이번 사태는 국민이 안심하고 신뢰할 수 있는 유아교육을 만드는 논의로 이어나가야 한다”고 밝혔듯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반드시 비리 근절을 위한 법과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요즘 공감
기사입력: 2018/10/19 [09:52]  최종편집: ⓒ wngo
저작권자(c)한국엔지오신문.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