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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도록 가난에 쪼들리는 위기의 한국 노인들
 
발행인 기사입력  2018/10/05 [10:08]


10월 1일은 유엔이 정한 ‘국제 노인의 날’이고, 10월 2일은  스물두 번째 맞는 노인의 날이다. 이날은 경로효친 사상을 기리고 노인들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제정한 법정기념일이다. 그러나 우리 노인들이 처한 현실은 고달프기 그지없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가고 있지만, 노인 4명 중 1명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는 심각한 조사결과가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일 전국 18~65세 청·장년층 500명과 65세 이상 노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노인인권종합보고서’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 노인 응답자의 26%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대나 방임을 경험했다는 답변도 10%나 됐다. 대상자의 89.5%가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으며, 21.1%는 우울증 증세도 보였다. 육체적 정신적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데도 20% 가량 노인들은 적절한 도움이나 치료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보고서에는 늙고 병든 데다 경제적 능력도 없이 절망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한국 노인들의 자화상이 고스란히 담긴 셈이다.

통계청이 지난 27일 내놓은 ‘2018 고령자 통계’를 보면, 한국의 70~74세 고용률은 33.1%를 기록했다. 이 연령대 노인 3명 중 1명이 일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압도적 1위다. OECD 평균은 15.2%였다. 한국 노인들이 구직 활동에 내몰리는 이유는 연금 소득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가족에게 기대기도 쉽지 않아 생계  유지가 힘들기 때문이다. 연금 혜택을 받는 이들은  40%정도로 절반도 안 되고, 55~79세의 월평균 연금 수령액도 57만원에 불과하다. 생활비는커녕 용돈 수준이다. 한국 노인 가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46.7%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일하는 노인은 많은데 소득수준은 하위라는 비극적인 모순은 노인 일자리가 대부분 단순노무직ㆍ일용직 등 질 낮은 일자리인 탓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 중이다. 지난해 노인 인구가 전체의 14%를 넘어 고령사회에 진입했고, 2026년에는 노인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급속한 고령화는 노인 빈곤을 더욱 악화시킬 게 분명하다. 불행하게도 한국은 노후대비가 부족한 대표적 국가다. 이제 겨우 국민연금이나 노인의료 문제 등이 정착단계에 있고 나머지 문제들도 사회적 합의를 준비하는 단계다. 정부 복지 예산이 100조원을 넘었다지만 노인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준비 없는 고령사회는 노인이나 사회에 재앙이나 다름없다. 1차적인 대비는 개인의 몫이겠으나 사회와 국가의 역할 또한 막중하다. 제대로 된 노후를 보장받는 것은 노인들뿐 아니라 언젠가 노인이 될 국민 모두가 해당되는 문제다. 노인이 완전한 권리 주체로 인식되고, 존엄한 노후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더 노력해야한다. 노인 빈곤과 노인 자살문제를 비롯해 다양한 노인 인권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잘 살아야 잘 죽을 수 있다”는 말처럼 건강수명이 늘어야 진짜 장수시대다. 더 이상 대한민국이 나이 먹긴 쉬워도 노인으로 살기엔 힘든 나라가 되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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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10/05 [10:08]  최종편집: ⓒ w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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