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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시마을]손문자, 꽃담 궁전
 
손문자 기사입력  2018/07/27 [10:40]


 

꽃담 궁전
             손문자

 
촘촘히 기갑친 골무
중지에 전투모 덮어씌우고
한 땀 한 땀 찢겨진 삶을 봉합하였다
 
뿌연 불알 아래서
5장 6부 박음질하느라
헐거워진 날들
스스로 찌르는 흉기가 되었다
 
소중한 피붙이 있어
낡은 목선에 生과 死를 싣고
아흔 아홉 고비를 굳건히 넘어온 이력
이력은 나만의 이력으로 채곡채곡 심장에 치부되어있다
 
오방색 짜투리가
실패와 바늘쌈지 가위 자를 동원시켜
전투병이 되어 반짇고리를 지켰다
 
겨울, 겨울은 개가천선해도 겨울이 듯
주인을 벗어날 수 없는 벗이 되어 꽃담을 바라본다

 

 
 
안재찬 시인의 시해설/희미한 불빛 아래서 아낙은 골무를 끼고, 애옥살이로 문드러진 손길을 달래며 한 땀 한 땀씩 삶을 봉합하고 있다. 낡은 목선을 타고 남으로 내려온 실향민의 지난한 여정이 한 폭의 그림처럼 지나간다. 억측 같은 생활력과 응고된 눈물이 꽃담궁전으로 변주되었다.
시인은 북쪽이 고향인 듯 싶다. 분단의 설움이 뼈속 깊이 스며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소중한 피붙이 있어 / 낡은 목선에 생과 사를 싣고 / 아흔 아홉 고비를 굳건히 넘어온 이력”은 밟혀도 밟혀도 다시 일어나는 질경이처럼, 오뚜기처럼 시인은 고생이라는 가시밭길을 중지에 전투모로 환치한 골무를 끼고 삶을 일구었다.
오방색은 동은 청색, 서는 백색, 남은 적색, 북은 흑색, 중앙은 황색으로 되어있다. 쓰다 남은 -‘짜투리’- 오방색 피륙의 조각을 모아 성채 하나를 지었다. 저금통장에는 잔고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미도 붙었다. 문드러진 그 손길을 통하여 지난 날 생을 고백하고 있다. 가난을 벗어나고 마음은 부자가 되어 오방색궁전에 흥겨운 음표를 앉혀 놓았다. 개미처럼 열심히 일하여 알콩달콩 피붙이와 행복을 나누고 있다.
골무와 오방색과 반짇고리는 젊은 날 생활전선의 무기로써 빛나는, 고난 뒤에 영그는 환희를 보여주며 시인의 존재를 증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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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7/27 [10:40]  최종편집: ⓒ w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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