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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시마을]이혜경, 아지랑이
 
이혜경 기사입력  2018/06/22 [10:09]

 


아지랑이
                       이혜경


눈앞에 어른거려 잡으려 해도
꼬리는 잡히지 않고
다시 돌아서 바라보면은 저만치서
없어지지도 않는 것

계절의 첫머리 좇아
느낌표 하나 가슴에서 꺼내
적지에서 살아온 봄과 손잡고
나들이하는 아지랑이

내 발자국 따라 온 세월일 듯
그 부드러운 시선
온기는 온데간데 없고

겨울 손님으로 슬쩍 다가서는
날파리 그림자여

 

 
 
안재찬 시인의 시해설/모진 겨울을 이겨내고 봄날을 춤추는 아지랑이는 시인의 자화상을 떠올리게 한다. 남편을 대신하여 여성가장으로서 애환을 겪으며 남몰래 흘린 눈물이 그 얼마였을까,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신산한 삶 끝에도 나름대로 잘 살아왔음을 감사하며 글썽이는 모습이 하나의 영상처럼 지나간다.
세월은 속일 수 없는 것. 주름살은 늘어나고 정년은 코앞에 두고 있다. 교직을 천직으로 청춘을 다 받친 후회없는 삶이지만 때때로 밀려오는 회한을 지울 수 없다. 몸은 하루달리 시들어 가고 시력은 자꾸만 떨어져 노화현상을 절감한다. 인생 무상을 떨칠 수 없다.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눈앞에는 날파리 그림자가 어른거려 사물을 관찰하는데 초점을 흐리게 한다. 자연의 아지랑이가 얼굴 없는 날파리 그림자로 변주되어 시인의 눈동자 근황을 증언하고 있다. ‘겨울손님’이라는 반가울 리 없는 낯선 시어를 통해서 자신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불편한 시력을 감내한다. 혹사 당한 눈은 치열한 삶에 대한 찬연한 슬픔이다. 하늘에서 내린 훈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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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6/22 [10:09]  최종편집: ⓒ w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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