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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한국NGO신문 신춘문예 시상식 개최
당선작, 유정남씨의 '편의점의 달', “서민의 일상적 삶을 잘 그려낸 작품”
 
은동기 기자 기사입력  2018/03/24 [15:38]

“많고 많은 시인 가운데 그저 그렇고 그런 시인의 한 사람이 아니라 이 어렵고 혼탁하고 삭막한 시대에 달처럼, 바다를 정화시켜주는 3%의 염분처럼, 말과 글로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선비의 길을 가는 시인을 뽑으려 했다” - 안재찬 심사위원장


제2회 한국NGO신문 신춘문예 시상식이 23일 오전 11시에 서울시청 내 시민청 동그라미홀에서 신문사 관계자들과 많은 시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제2회 한국NGO신문 신춘문예 시상식이 23일 오전 11시에 서울시청 내 시민청 동그라미홀에서 신문사 관계자들과 많은 시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은동기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된 신춘문예에 전국 각지에서 560여 편의 작품이 응모, 전국적인 관심도를 보이면서 현대시를 새롭게 해석한 다양한 작품이 많이 응모되는 등 한국 시단에 신선한 바람이 일 것을 예고하고 있다.
 
이오장 시인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시상식 인사말에서 이번 신춘문예 운영위원장을 맡았던 안재찬 시인은 “지난해, 우리 가난한 시인들이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순수한 마음에서 뜻을 모아 신춘문예를 시작할 때, 이번 당선작인 ‘편의점의 달’처럼 한반도의 어둠을 걷어내고 우리 서민의 아픔을 보듬는 시인들을 뽑자는 의도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  안재찬 시인은 인사말에서 "말과 글로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선비정신"을 주문했다.     © 은동기

안 시인은 이어 “많고 많은 시인 가운데 그저 그렇고 그런 시인의 한 사람이 아니라 이 어렵고 혼탁하고 삭막한 시대에 달처럼, 바다를 정화시켜주는 3%의 염분처럼, 말과 글로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선비의 길을 가는 시인을 뽑으려 했다”고 강조했다.

시에 급급하면 절대로 훌륭한 시를 쓸 수 없어

이어진 축사에서 ‘서울시인학교’에서 시를 강의하고 있는 조명제 시인은 “당선작에서 숙고한 정신과 기량이 깊은 내공을 통해서 이뤄진 작품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요즘의 일상적 서정과 사물적 이미지의 감각적 특성을 잘 직조해낸 작품”이라고 강조하고 “등단은 광야에 서서 나아가야할 출발점에 선 것으로 역량과 혼신을 기울여 정진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  축사말에서 조명제 시인은 "시에 급급하면 절대로 훌륭한 시를 쓸 수 없다”고 강조했다.    © 은동기

조 시인은 “요즘은 ‘시를 어떻게 공부하고 가르칠 것인가. 과연 시는 가르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서 “시는 시 아닌 것 저 너머에 있으며, 수많은 시가 있어도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그 어디에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시에 급급하면 절대로 훌륭한 시를 쓸 수 없다”고 강조하고 “문학은 실제로 정치.경제.역사.자연 등 모든 것들을 중심에서 끌어당기는 그 무엇으로 문학만큼 모든 것을 포괄하는 것은 없다”고 설파했다.

그러면서 “시를 너무 만만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하고, “한국시의 80%는 쓰잘데기 없는 시”라고 쓴소리를 했다. 

“시가 위기인 시대에 시 정신을 지키고자 하는 한 시인을 시단에 내보내게 되어 기쁘다”

지난 2월 27일, 이번 신춘문예 본심 심사를 맡았던 중앙대 이승하 교수는 심사평에서 “이번 2018년도 한국NGO신문 신춘문예에는 실로 많은 응모작이 접수되었다”면서 “이러한 커다란 관심과 많은 투고는, 막 시작한 한국NGO신문 신춘문예의 위상과 인지도가 퍽 높아졌음을 알려주는 의미 있는 지표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  중앙대 이승하 교수가 심사경위를 발표하고 있다.     © 은동기
 
이 교수는 “심사위원들과 함께 예심을 통과해온 일곱 분의 작품들 중, 형상화와 주제 의식에서 남다른 성취를 보인 강서연, 곽광덕, 김가현, 김종민, 유인숙, 유정남, 최정신 씨 시편들에 주목했다”면서 “이 가운데 곽광덕, 김가현, 유정남 씨의 작품이 완결성과 주제의 진정성을 두루 보이고 있다고 판단하여 집중적인 독해를 하였고, 그 결과 유정남 씨의 '편의점의 달'을 당선작으로 결정하게 되었다”고 심사 경위를 밝혔다.
 
이어 “곽광덕 씨의 '유권자'는, 숯불구이에서 고기를 먹는 장면과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치적 행태들을 다소 해학적으로 엮어가면서, 우리 시대에 진중하게 요청되는 어떤 존재값의 모습을 예리하게 보여주었으며, 흔하게 목격되는 세속적인 것들에 대한 비판과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도 저버리지 않고, 힘 있는 발화를 보여준 가편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이 교수는 김가현 씨의 '뿌리의 날개'에 대해 “변방의 꽃에서 발견하는 ‘뿌리의 날개’라는 상징을 통해 우리가 오래 머물렀던 상태에서의 어떤 존재론적 비상을 노래하고 있다”며 “우리가 집착했던 어떤 관념을 벗어나 새로운 상태로 이월해가는 역동성을 잘 보여주었으며, 심연에서 솟구치는 힘을 통해 강렬한 염원이 사실은 오랜 아픔의 결실임을 노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정남 씨의 '편의점의 달'은, 이분의 경험적 진정성이 가장 잘 녹아 있는 작품”이라고 강조하고 “잠들지 않는 편의점의 생태와 그 안에 담긴 슬픈 얘기를 넘어 새롭게 도래할 순간을 역설적으로 희망하고 있는 시편으로 시편 전체가 짙은 서정성에 의해 감싸여 있어, 유시인의 오랜 습작 시간을 짐작케 해준다”면서 “경험적 구체성과 삶의 역리(逆理)를 발견해가는 건강한 서정이 눈에 들어온 가작이었다”고 호평했다.
 
이 교수는 “지방 일간지의 신춘문예 당선작들을 이미 살펴본 입장에서 이번 유정남 씨 작품의 우수성은 올해 신문을 장식했던 그 어떤 작품에 못지않아 최종 두 심사위원이 안심했고, 자랑스럽게 생각했으며, 기쁜 마음으로 이견 없이 흔쾌히 선정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작품은 백화점이나 마트가 아닌 서민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편의점이라는 공간에서 우리가 흔히 접하는 수험생이나 공시생, 아르바이트하는 젊은이들과 컵라면, 즉석복권, 함량미달의 과자 같은 편린들을 통해 서민들의 일상적 삶을 잘 드러낸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시가 위기인 시대에 시 정신을 지키고자 하는 한 시인을 시단에 내보내게 되어 기쁘기도 하고 책임감도 느낀다”면서 “동료 문인이 됨을 축하하고 함께 이 시대의 의인으로 소금의 역할을 하는 시인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안재찬 심사위워장이 유정남 시인에게 당선패를 전달하고 있다.   © 은동기

“낮고 어두운 골방에서 아파하는 한 사람의 손을 잡아줄 수 있는 소금 같은 시를 쓰기 위해 기꺼이 밤을 밝히겠다”

유 시인은 수상소감 서두에서 “너무 떨리고 또 행복하다. 문학도들에게 신춘문예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다고 알려져 있는데 오랫동안 문학을 사랑하고 시를 공부했던 사람으로써 이런 자리에 설 수 있게 되어 너무 감사하고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  유정남 시인이 당선소감을 밝히고 있다.   © 은동기

그는 “시를 쓸 수 있어 너무 행복하지 않느냐는 어느 시인의 물음에 ‘저에게 시 쓰는 일은 너무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답했다”면서 “그래도 이 외로운 길에서 돌아설 수 없었던 것은 시의 결정을 얻기 위해 부유물들을 걸러내고 바람과 햇볕에 언어를 수 없이 씻어내면서 신열을 앓던 날들을 사랑했기 때문”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낮고 어두운 골방에서 아파하는 한 사람의 손을 잡아줄 수 있는 소금 같은 시를 쓰기 위해 기꺼이 밤을 밝히겠다”고 다짐했다.  

▲  심사위원들과 함께 한 유정남 시인.     © 은동기

▲  참석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기념촬영을 했다.   © 은동기


 <수상작>

‘편의점의 달’

유정남
 



편의점에 달이 뜬다
밤의 뚜껑을 따고 나온 번데기들이 간이 테이블에 앉아
별을 마신다
컵라면에 뜨거운 국물을 부어주면
굳은 혀들이 깨어나 풀어놓는 매콤한 언어들
풀어진 넥타이 하나 보름달로 행운의 즉석복권을 긁는다


구름으로 채워진 함량 미달의 과자 봉지들은
팽팽히 헛바람으로 부풀어 있다
차갑게 식은 유리병들의 마개를 따거나
삼각형을 베어 먹으면 동그라미가 될 거라 했지만
조각 난 아이들은 달빛 우유나 몇 갑의 담배를 훔쳐 달아났다
태어날 때부터 몸에 찍힌 바코드를 지울 수가 없어서
아르바이트는 천직이 되었다


김밥들은 자정을 기다려
어제라는 유통기한을 지우고 폐기된 하루를 위장에 채워주곤 했다
어느 날 사막으로 걸어간 아버지는
불 꺼진 도시의 별을 지키는 편의점이 되었지
가시뿐인 손목에 걸린 시계가 늘 가리켜주던 25시
낙타의 밤은
지독한 모래바람이 불었지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사막을 뚫고 아버지는 언제쯤 돌아오실까


고치를 열고 나온 나방들은
어둠이 묻은 초콜릿 하나씩 입 안에 녹이며 제 갈 길로 떠나고
진열대 위의 얼굴이 멀고 먼 아침을 기다린다
골목엔 둥근 피자가 떠오르고
길 잃은 고양이들만 차가운 달빛 조각을 뜯어 먹는 밤
편의점은 잠들지 않는다.
 

수상자 : 유정남

-경주 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 국어국문학교 졸업
-현 <나를 찾아가는 문학교실>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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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3/24 [15:38]  최종편집: ⓒ w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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