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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끌어 들인 ‘자경전 십장생 굴뚝’ 3
 
정진해 문화재전문위원 기사입력  2018/03/02 [10:56]

문화재 : 자경전 십장생굴뚝(보물 제810호)
소재지 : 서울 종로구 삼청로 37, 경복궁 (세종로)

불로초는 신선이 사는 선경에 있다는 약초로, 이를 먹으면 불로장생 한다고 여겼다. 불로초는 단독으로 문양에 배치하기도 하나 주로 십장생무늬의 하나로 타 십장생 문양과 복합적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굴뚝의 귀면과 함께 있는 두 마리의 학이 물고 있는 불로초와 십장생 굴뚝 문양 중 암사슴이 물고 있는 불로초가 그것이다.
 
▲ 불로초를 물고 있는 사슴     

 조선 시대의 십장생도에서는 사슴 및 학이 불로초를 뜯으려 하거나 물고 있는 형태가 많이 등장한다. 이처럼 장생 동물이 불로초를 물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은 상서로움을 한층 강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십장생도에 등장하는 불로초는 버섯 형태를 하고 있으며 적색·자색·백색의 색채를 띤 것이 많다.

불로초 주위에는 녹색의 가느다란 잎을 몇 개씩 붙여 장식하기도 하였다. 십장생 병풍, 수저 집, 낭, 주머니 등의 자수품에 표현된 불로초는 학·사슴이 물고 있는 모습, 바위에 피어 있는 모습 등으로 나타난다.

▲ 불로초     

십장생 굴뚝의 문양에서 불로초라고 하는 6개의 식물 형태는 그 모양이 붓꽃과 유사하다. 붓꽃은 보라색의 꽃을 피우는데, 꽃잎은 6장으로 구성하고 있으며, 바깥 꽃덮이는 넓은 거꿀달걀꽃이며 밑 부분에 옆으로 달리는 자줏빛 백을 이루며 안쪽 꽃덮이는 곧게 선다.

오래전 우리의 할머니, 어머니들은 붓꽃을 보면 기쁜 소식을 듣는다고 하였다. 또한, 붓꽃의 색깔 마다 소식도 다르게 든는 다고 하면서 보라색 붓꽃은 지혜와 칭찬의 소식, 파란색 붓꽃은 믿음과 희망의 소식, 흰색의 붓꽃은 순결의 소식, 노란색의 붓꽃은 열정에 대한 소식을 듣는다고 하였다.

이곳 굴뚝의 십장생 문양 중에 불로초가 아닌 붓꽃은 늘 자경전에 기쁜 소식이 가득하기를 바랐던 것이 아닌가 한다. 십장생의 우측에는 국화와 소나무의 문양을 배치하고 좌측에는 대와 연꽃, 포도를 배치하였다. 먼저 소나무는 바위에 깊게 뿌리를 박고 줄기를 감는 가지와 작은 가시 다시 두 개의 가지가 각각 2개의 가지를 내고 무성한 잎을 내었다. 
 
▲ 소나무     

 소나무는 예로부터 사계절 푸르름을 잃지 않고 상록수이기 때문에 장수의 의미를 가지며 바르고 꿋꿋함의 표상이며 엄동설한에도 견디는 대와 매화와 함께 우리 민족의 얼을 대변한다.

중국 청대 초기의 장조가 지은 『유몽영(幽夢影)』에 “송홧가루는 양식이 되고 솔방울로는 향을 만들고, 소나무 가지로는 먼지떨이를 만들고 소나무 그늘은 장막이 되어 주고 솔바람 소리는 음악 소리를 내어준다.

사람이 산에 살면서 큰 소나무 일 백여 그루를 얻는다면 아마 소나무에서 얻어 쓸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또한, 소나무 앞에 서면 속인들도 도저히 찾을 수 없는 거룩하고 너그러운 격식을 갖추고 있어 그 앞에 서면 인간은 너무도 비소한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소나무는 큰 나무로 자라고 은행나무 다음으로 오래 사는 나무이다. 흔히 송수천년(松壽千年), 송백불로(松柏不老)라고 한다. 또 소나무는 천세가 되는 학이 거처하는 곳이라 하였고 거북이 엎드린 형상으로 비유하였다.

▲ 소나무     

소나무는 절개와 지조의 상징이라 하였다. 한번 베어 버리면 다시 움이 나지 않는다. 이것은 구차하게 살려고 하지 않는 나무라는 의미이다.

보우국사가 말하기를 “소나무는 초목 가운데 군자이고 이것을 사랑하는 이는 사람 가운데 군자”라고 했다. 소나무의 잎은 부부애의 징표이기도 하다.

소나무의 잎은 2개가 한 잎자루 안에 나서 아랫부분이 서로 접촉하여 그 사이에 ‘사잇눈’이라는 작은 생명체를 가지고 있고 또 그 잎이 늙어서 떨어질 때도 서로 헤어지지 않고 하나가 되어서 최후를 마감함으로써 완전무결한 백련 해로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나무를 ‘음양수’라 하고 ‘부부는 솔잎처럼 살아야 한다’는 말이 생겨났다.

소나무는 예로부터 뿌리에서 꽃에 이르기까지 버릴 것이 없는 약재 및 식용으로 알려졌다. 잎은 선인의 식품으로 알려져 왔고, 송실, 송자, 송화는 불로장수의 약으로 설명되고 있다.

『본초강목』에 의하면 “솔잎은 송모라고도 하는데 악창을 고치고 모발을 나게 하며 오장을 편안하게 하며 이것을 오랫동안 복용하면 곧 몸이 가벼워지고 늙지 않으며 곡식을 끊어도 배고프지 않고 목마르지 않다.”라고 하여 속잎의 약효를 소개하였다.

▲ 국화     

소나무 아래 꽃을 피운 국화꽃이 가을을 맞고 있다. 국화꽃은 매화와 난초, 대와 함께 사군자로 일컬어 왔고, 연, 매화, 대와 함께 사일(四逸)이라고 했다.

또, 모란과 작약과 함께 삼가품(三佳品)이라 하고, 국화를 가우(佳友)라고 불러왔다. 소나무와 대, 매화를 삼익우(三益友)라 하면서 국화를 제외하였다.

그것은 고귀함을 인정하면서도 봄부터 태어났으면서도 가을에 숨어 피는 꽃이라 하여 ‘은일자(隱逸者)’’라는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로 국화를 은군자(隱君子) 또는 은사(隱士)라는 별명이 항상 뒤따른다.

옛 선비들은 꽃을 볼 때는 외모의 아름다운 꽃의 형상을 보지 않고 꽃에 담긴 덕(德)과 지(志)와 기(氣)를 취했다.

국화는 일찍 심어 늦게 꽃을 피우니 군자의 ‘德’이요. 서리를 이겨내며 꽃을 피우니 ’志‘요, 물 없이도 꽃을 피우니 한사의 ’氣‘라 하여 이를 국화의 삼륜(三倫)이라 한다. 굴뚝 십장생 문양 중에 북쪽의 가장 끝에 국화를 배치 한 것도 국화의 삼륜에 따르지 않았나 한다.

중국 위나라 종회(鐘會)는 국화에는 다섯 가지 미를 지니고 있다고 하였다.
첫째는 동그란 꽃송이가 높다랗게 달려 있음은 천을 본뜬 것이요. 둘째는 잡색이 섞임이 없이 순수한 황색은 땅의 빛깔이고 셋째는 일찍 심어 늦게 피는 것은 군자의 덕이며, 넷째, 서리를 뚫고 꽃이 피는 것은 굳세고 곧은 기상이요. 마지막으로 술잔에 꽃잎이 떠 있음은 신선의 음식이다.

국화는 오상, 상하걸, 세한조 등의 애칭을 갔는데, 가을이면 다른 꽃들이 시들고 난 후 서리를 두려워하지 않고 꽃을 피우는 국화의 내한성에서 연유되었다.

오랜 세월 격정과 고통을 견디어낸 인간의 희생과도 같고 온갖 유혹과 무서운 고초에도 굴하지 않는 충절과 여인의 절개를 상징하기도 한다. 또한, 국화는 불로장수를 상징한다.

국화를 장생, 장수화, 수객, 부연년, 연령 객연령객 등으로 부른 것은 장수의 의미가 있는 데 따라 붙어진 것이다.

불로장수의 상징은 기국연년(杞菊延年), 송국연년(松菊延年)이라는 축수의 문구를 써서 붙여 장수화로환갑 또는 진감 등의 잔칫상에 헌화로 사용하였다. 국화는 이러한 상징성으로 인해 국화주는 애주가들의 관심 대상 되었다.

고려 시대 이규보는 국화에 관련된 여러 시를 남겼는데 그중에서 다음의 시 ’<영국(詠菊)>‘를 보면,
春風三月百花紅 不及秋天菊一叢 (춘풍삼월백화홍 불급추천국일총)
서리를 견디니춘삼월 봄바람에 곱게 핀 온갖 꽃도 가을 떨기 국화만 못하네
芳艶耐寒猶可愛 殷勤更入酒杯中 (방염내한유가애 은근갱입주배중)
향기롭고 고우면서 추위를 견디니 사랑스럽고 더욱 말없이 술잔 속에 들어오네
耐霜猶足勝春紅 閱過三秋不去叢 (내상유족승춘홍 열과삼추불거총)
서리를 견디니 봄꽃보다 뛰어나 세 번 가을을 지내고도 가지에서 떠날 줄 모르네
獨爾花中剛把節 未宜輕折向筵中 (독이화중강파절 미의경절향연중)

꽃 중에서 오직 너만이 곧은 절개를 지키니 함부로 꺾어서 술자리에 보내지 말게나.
자생전 굴뚝의 십장생 굴뚝문양 중에 국화는 향기를 얻기보다는 깊어가는 가을을 연상케 하기 위한 계절을 알리는 증표가 아닐까 한다. 국화는 꽃의 신이 가장 마지막 날에 만든 꽃이라 한다.

▲ 대나무     

십장생의 남쪽에 자리 잡은 대나무와 연꽃, 그리고 포도가 차례로 있고 연꽃 사이에 갈대 하나가 꽃을 피웠고 포도나무 곁에는 억새가 자리하고 있다. 대나무는 일정한 간격으로 마디가 있고, 속은 비어 있다.

잎은 상록성이고 한해에 성장을 끝내는 풀이면서 나무처럼 생활하는 식물이다. 중국 대개지가 쓴 『죽보(竹譜)』에 의하면, “식물의 한 종류로서 대나무가 있는데 이것은 강하지도 않고 유하지도 않으며 풀도 아니고 나무고 아닌 것이 60년 만에 한 번 꽃이 피게 되고 꽃이 피면 죽게 되며 그때 씨가 떨어져 6년이 지나면 새 숲이 만들어진다.”

또, 『설문해자(說文解字)』에는 “대나무는 겨울에도 부르게 자라는 풀이다(竹冬生草也)”라고 대나무가 나무가 아닌 풀이라고 보았다.

대나무는 일찍 군자라는 인격체로 표상되어 왔다. 대나무의 특성이 유교적 윤리 도덕의 완성체인 군자와 그 관념적 가치가 일치하였기 때문이라고 보아왔다.

대나무의 우아한 곡선과 날씬한 형은 현자의 외모와 도시에 예지의 모습을 상징하고 아래로 숙인 잎과 비어 있는 내부, 일정한 간격의 마디는 겸손한 마음과 비유되어 덕을 겸비한 선비로 상징된다.

대나무는 사철 늘 푸르고 곧게 자란다고 하여 지조와 절개의 상징으로 보고 있다. 옛 시인 묵객들이 대나무를 벗 삼아 자연을 노래하고 풍류를 즐겼다.

대나무는 훈풍이 불어올 때마다 맑은 공기를 뿜어 내서 시원함과 상쾌하고 청명함을 선사해 주는 고마운 나무로 시각적으로 장쾌하고 늠름한 아름다움을 보여주어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화가들에게 그림의 소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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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3/02 [10:56]  최종편집: ⓒ w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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