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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회 한국NGO신문 신춘문예' 옥석을 가리다
당선작: 유정남의 「편의점의 달」
 
차성웅 기자 기사입력  2018/03/02 [10:15]


2018년 제2회 한국NGO신문 신춘문예 당선작의 옥석이 가려졌다.
 
작년에 이어 전국적인 관심도를 보인 신춘문예 공모가 약속이나 한 듯 전국 각 지역에서 고루 응모된 것은 보면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철저하게 기성 시인을 배제한다는 규정이 잘 지켜져 작년과 같은 기성작가들의 응모가 사라지고 현대시를 새롭게 해석한 다양한 작품이 많이 응모되었다. 한국 시단에 신선한 바람이 일 것을 예고되었다.
 
▲ 2월 20일 신춘문예 예심 진행 모습     

 
수도권을 벗어나 각지에서 응모한 작품 수가 560편이 넘고 작품의 수준이 높다는 심사위원들의 소감은 한국의 시단의 밝은 미래를 보여주는 것 같아 모두를 기쁘게 하였다. 2018년 2월 20일 서정윤, 김선진, 이솔, 이오장 시인이 한국NGO신문사에 모여 예심을 실시한 결과 우수작품 7편을 선정하였고, 2월 27일 오후 3시 이승하(시인, 중앙대학교 교수), 유성호(평론가, 한양대학교 교수)가 본심을 실시하여 철저한 심사로 유정남(여)의 「편의점의 달」이 당선작으로 선정되어 발표됐다.
 
두 심사위원은 이구동성으로 NGO신춘문예가 한국의 어떤 신춘문예와 견주어도 결코 모자람이 없다는 소감을 밝혀 신춘문예 운영위원들과 신문사 관계자들의 어깨를 펴게 하였다. 수상식은 2018년 3월 23일 서울시민청 동그라미 홀에서 실시한다.
 
 
<심사평>
 
이번 2018년도 한국NGO신문 신춘문예에는 실로 많은 응모작이 접수되었다. 이러한 커다란 관심과 많은 투고는, 막 시작한 한국NGO신문 신춘문예의 위상과 인지도가 퍽 높아졌음을 알려주는 의미 있는 지표라고 생각된다. 응모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 2월 27일 신춘문예 본심이 진행되었다.     

 
예심을 통과해온 일곱 분의 작품들을 거듭 읽으면서 심사위원들은 형상화와 주제 의식에서 남다른 성취를 보인 시편들에 주목하였다. 예심에 올라온 분들을 가나다순으로 밝히면 강서연, 곽광덕, 김가현, 김종민, 유인숙, 유정남, 최정신 씨였다. 더불어 심사위원들은 이 가운데 곽광덕, 김가현, 유정남 씨의 작품이 완결성과 주제의 진정성을 두루 보이고 있다고 판단하여 집중적인 독해를 하였고, 그 결과 유정남 씨의 '편의점의 달'을 당선작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곽광덕 씨의 '유권자'는, 숯불구이에서 고기를 먹는 장면과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치적 행태들을 다소 해학적으로 엮어가면서, 우리 시대에 진중하게 요청되는 어떤 존재값의 모습을 예리하게 보여준다. 흔하게 목격되는 세속적인 것들에 대한 비판과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도 저버리지 않고, 힘 있는 발화를 보여준 가편이었다.

김가현 씨의 '뿌리의 날개'는, 변방의 꽃에서 발견하는 ‘뿌리의 날개’라는 상징을 통해 우리가 오래 머물렀던 상태에서의 어떤 존재론적 비상을 노래하고 있다. 우리가 집착했던 어떤 관념을 벗어나 새로운 상태로 이월해가는 역동성을 잘 보여준다. 심연에서 솟구치는 힘을 통해 강렬한 염원이 사실은 오랜 아픔의 결실임을 노래하고 있다.

유정남 씨의 '편의점의 달'은, 이분의 경험적 진정성이 가장 잘 녹아 있는 작품이다. 잠들지 않는 편의점의 생태와 그 안에 담긴 슬픈 얘기를 넘어 새롭게 도래할 순간을 역설적으로 희망하고 있는 시편이다. 시편 전체가 짙은 서정성에 의해 감싸여 있어, 이분의 오랜 습작 시간을 짐작케 해준다. 경험적 구체성과 삶의 역리를 발견해가는 건강한 서정이 눈에 들어온 가작이었다.
 
유정남 씨의 당선을 거듭 축하드리면서, 모쪼록 이번 당선을 계기로 하여 더욱 다양하고도 단단한 안목과 기량을 길러 한국 시의 커다란 진경을 보여주기를 깊이 희망해본다.
 
심사위원 : 이승하(시인, 중앙대 교수), 유성호(문학평론가, 한양대 교수)
 
 
<수상자>
 
 
▲ 제 2회 한국NGO신문 신춘문예 수상자  유정남     

 
 
경주출생
한국방송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수상소감>
 
어두운 골방에서 손잡아 줄 수 있는 시를 쓰겠습니다.

지난겨울은 혹독했지만 봄을 의심하지 않아서일까요?  봄빛과 함께 당선 소식이 왔습니다.
한 줄의 시를 쓰기 위해 고민하고 아파했던 수많은 날들이 파노라마처럼 떠올랐습니다. 어떤 시인은 저에게 늘 묻습니다. 시를 쓸 수 있어 너무 행복하지 않냐고, 저는 늘 대답했습니다. 저에게 시 쓰는 일은 너무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그래도 이 외로운 길에서 돌아설 수 없었던 것은 시의 결정을 얻기 위해 부유물들을 걸러내고 바람과 햇볕에 언어를 수 없이 씻어내면서 신열을 앓던 날들을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저보다 앞서 가신 선배 시인님들의 별자리를 보며 오늘은 말해봅니다. 시인의 길을 걷게 되어 너무 행복하다고.

등단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낮고 어두운 골방에서 아파하는 한 사람의 손을 잡아줄 수 있는 소금 같은 시를 쓰기 위해 기꺼이 밤을 밝히겠습니다.
 
부족한 시를 심사하시고 시인의 길을 밝혀 주신 심사위원님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젊은 날에 품었던 소중한 꿈을 이룰 수 있게 신춘문예의 장을 열어주신 한국NGO 신문사에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화요일 밤마다 머리를 맞대고 같이 시를 공부했던 문우님들 사랑합니다. 그리고 열심히 시를 쓸 수 있도록 깨우쳐 주시고 시인의 자세에 대해 가르쳐 주신 <나를 찾아가는 문학교실>의 선생님 가르침대로 좋은 시인이 되겠습니다.
 
 <수상작>

편의점의 달
           유정남
 
편의점에 달이 뜬다
밤의 뚜껑을 따고 나온 번데기들이 간이 테이블에 앉아
별을 마신다
컵라면에 뜨거운 국물을 부어주면
굳은 혀들이 깨어나 풀어놓는 매콤한 언어들
풀어진 넥타이 하나 보름달로 행운의 즉석복권을 긁는다
구름으로 채워진 함량 미달의 과자 봉지들은
팽팽히 헛바람으로 부풀어 있다
차갑게 식은 유리병들의 마개를 따거나
삼각형을 베어 먹으면 동그라미가 될 거라 했지만
조각 난 아이들은 달빛 우유나 몇 갑의 담배를 훔쳐 달아났다
태어날 때부터 몸에 찍힌 바코드를 지울 수가 없어서
아르바이트는 천직이 되었다
김밥들은 자정을 기다려
어제라는 유통기한을 지우고 폐기된 하루를 위장에 채워주곤 했다
어느 날 사막으로 걸어간 아버지는
불 꺼진 도시의 별을 지키는 편의점이 되었지
가시뿐인 손목에 걸린 시계가 늘 가리켜주던 25시
낙타의 밤은
지독한 모래바람이 불었지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사막을 뚫고 아버지는 언제쯤 돌아오실까
고치를 열고 나온 나방들은
어둠이 묻은 초콜릿 하나씩 입 안에 녹이며 제 갈 길로 떠나고
진열대 위의 얼굴이 멀고 먼 아침을 기다린다
골목엔 둥근 피자가 떠오르고
길 잃은 고양이들만 차가운 달빛 조각을 뜯어 먹는 밤
편의점은 잠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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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3/02 [10:15]  최종편집: ⓒ w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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